신한금융·우리은행, 각각 LG전자·삼성전자와 맞손
경제전문가 “핀테크 경쟁력 위해 적극적인 기술개발 필요”

(왼쪽부터 시계방향) 우리은행의 '패밀리허브용 우리홈 IoT뱅킹 서비스', 신한금융그룹과 LG전자의 디지털 금융 사업 제휴, 농협은행의 오픈플랫폼, 신한카드의 '커넥티드 카 커머스 서비스' 관련 장치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금융권이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는 디지털뱅킹에서 분권화, 세분화, 고객맞춤화 등이 특징인 오픈뱅킹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IT기업과 금융기업의 콜라보레이션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하나의 시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이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자기자본수익률(ROE)은 지난해 8.6%에서 2025년 5.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중은행의 금융 거래 중 비대면 거래가 90%를 차지하고 있는 점만 봐도 디지털 플랫폼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폐점한 은행 점포 수만 167개에 달한다”며 “은행에게도 디지털 플랫폼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생존조건이 됐으며, 이를 위해 IT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토론토도미니언은행(TD Bank)은 2014년 실시간 개인자산관리 플랫폼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 모벤(Moven)과 얼라이언스를 체결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최대 보험사 핑안그룹의 ‘핑안 굿닥터’는 금융기업이 어디까지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고객은 ‘핑안 굿닥터’를 활용해 온라인 진료 예약과 진단, 치료법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이 플랫폼으로 핑안그룹은 무려 3억5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함께 은산분리 원칙이 허물어지면서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이 핀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오픈플랫폼 구축을 가속화하며 플랫폼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가장 먼저 그룹 계열사 간의 오픈플랫폼 ‘올원(All-One) 뱅크’를 출시해 고객 편의를 제고한 농협은행은 앞으로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카드사 중에는 신한카드가 지난 4월 LG유플러스, GS칼텍스, 오윈 등과의 협력을 통해 자동결제가 가능한 커넥티드 카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이나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결해 자동결제나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상거래를 말한다. 

황원섭 신한카드 제휴영업 BU 본부장은 “커넥티드 카 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 금융사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며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같이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이 되면서 더 이상 이동수단이 아닌 맞춤형 소비결제의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최근 신한금융그룹은 디지털 금융사업 강화를 위해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LG페이’, ‘신한카드 판(FAN)’ 등 양사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신한카드는 커넥티드 카 커머스 서비스에 이어 LG전자 인공지능 플랫폼과 자사의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을 연계해 냉장고, 로봇, 스피커, IoT(사물인터넷) 기기 등 다양한 제품군에 금융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 냉장고 센서를 통해 보관중인 식품이나 식재료 양을 파악해 구입해야 할 제품을 추천하고 자동결제까지 해준다.

신한금융이 LG전자와 손을 맞잡았다면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와 협력을 공고히 하며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의 협력을 통해 패밀리허브 냉장고 문에 달린 터치스크린으로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금융 캘린더에서 자동이체일, 예금·대출 만기일, 이자 납입일 등의 스케줄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공인인증서 없이 본인인증만 거치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실시간 환율 조회나 금융 매거진 등의 콘텐츠 이용도 가능하다.

금융과 IT기업의 이 같은 얼라이언스 추세에 대해 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어느 때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며 “다만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보험 산업의 디지털라이제이션 등은 글로벌 추세보다 늦은 편으로 보다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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