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가벼우면 욕됨이 얕고, 이(利)가 무거우면 해(害)도 깊다”

월요신문 정치부장 윤명철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촉발한 국정농단 의혹의 아이콘 최순실씨가 25년 구형을 받자 “저를 정경유착으로 뒤집어 씌우는 건 살인적인 발상”이라고 강변했다.

최씨는 지난 14일 25년 징역에 천문학적인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9735만원을 구형받았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최씨의 1심 재판은 마무리됐고, 선고 공판은 해를 넘겨 내년 1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과 특검은 최씨의 범죄행위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에 대해 공정한 평가와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정부조직과 민간기업의 질서을 어지렵혔으며, 헌정 사상 대통령이 탄핵되는 국가위기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최씨의 반응은 국민의 정서와 정반대였다. 최씨는 최후 진술에서 “어떤 사익도 취하지 않았는데 1000억원대 벌금을 물리는 건 사회주의에서 재산을 몰수하는 것보다 더한 일”이라는 격앙된 모습을 보여 국민의 마음에 또 다시 상처를 줬다.

지난 13개월 간 우리 국민은 ‘최순실’이라고 쓰고 ‘국정농단의 주역’이라고 읽었다. 엄동설한에 광화문 광장을 뒤덮은 촛불인파도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표현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헌법을 유린하고, 헌정 초유의 탄핵으로 국가적 위기를 자초한 최 씨에 대한 중형은 마땅하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은 소박한 꿈을 가진 서민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으며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을 쏟게 만들었다. 아직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검찰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지위를 악용해 정·재계의 질서를 문란한 데 이어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임을 판단하고 중형을 구형한 것이다.

25년 구형을 받은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촉발한 국정농단 의혹의 아이콘 최순실씨가 “저를 정경유착으로 뒤집어 씌우는 건 살인적인 발상”이라고 강변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명심보감》에 이르길 “영화가 가벼우면 욕됨이 얕고, 이(利)가 무거우면 해(害)도 깊다”고 했다. 최씨에게 딱 들어맞는 격언이다. 최 씨가 주체할 수 없은 권세로 영화를 누릴 때는 현재와 같은 비참한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극도의 영화에 미쳐 분에 넘치는 이(利)를 취하고자 과욕을 부리다 보니 감옥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씨가 해야 할 일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상처받은 국민에게 사죄하는 것 뿐이다.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아 봤자 국민의 분노만 양산하고 법원의 준엄한 판결만 앞당길 뿐이다.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대위기를 초래한 본인의 죄값을 씻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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