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유기준 등 당협위원장 62명 탈락자 명단에 올라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친박 청산의 칼날을 휘둘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7일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과 유기준 의원 등 현역의원 4명과 원외당협위원장 58명 등 총 62명을 물갈이 대상으로 발표했다. 자유한국당은 대혼란에 빠졌고, 거센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의 저승사자는 홍문표 사무총장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이었다. 이들은 이날 당무감사 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조치”라며 이같이 명단을 발표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한국당이 야당으로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당무감사는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계량화해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당무감사위는 지난달부터 2주간 전국 당협을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여론조사와 대선 득표율 등을 포함해 평가를 했다. 당무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특히, 친박계와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자신들의 운명 여부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번 조치에 직격탄을 맞은 친박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당내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과 지난 주 원내대표 경선에서 홍문종 의원과의 단일화로 후보직을 사퇴한 유기준 의원도 포함된 것은 친박계 청산 작업의 본격화로 볼 수 있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도 청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권 전 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2012년 대선의 중심에 있었던 데다 본인비판도 많이 하니 그런 제가 홍대표로선 불편했겠지요... 나라가 걱정인 요즘 자유한국당도 이 모양이니 더욱 걱정”이라며 재심 신청는 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서청원 의원은 지난달 6일 이를 예견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서 의원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대표는 사당(私黨)화를 통해서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홍위병을 통해서 기자회견이나 시키고, 당무감사로 위원장을 회유, 협박하고 있다. 복당하는 사람들 자리를 위해서 당을 지키고 본인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 헌신한 동지들을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 의원의 예측대로 정치권에선 이번 조치에 탈락예정인 당협위원장 후임에 바른정당 복당파가 채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부 지역에선 이번 발표 이전부터 복당파가 자신이 당협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계파 갈등의 뇌관은 재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 사정이 밝은 한 인사는 “복당파의 부활은 배신의 정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탄핵정국과 대선을 거치면서 당을 지킨 사람들을 내치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딴 살림 차리고 나갔다가 거지되니까 다시 돌아온 인사들이 당협위원장이 된다면 이게 정상적인 당이냐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낙동강 벨트가 주요 청산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앞서 밝힌 유기준 의의원을 비롯해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박민식 전 의원 등은 부산을 대표하는 인물인데 이번 명단에 올랐다. 또 엄용수 의원의 밀양·의령·함안·창녕과 김해시 갑·을 등이 모두 물갈이 대상이 됐다.
 
PK 정치권의 한 인사는 <월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탄핵정국과 대선을 거치면서 PK의 민심은 민주당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낙동강 벨트가 주요 청산대상이 된 것은 한국당의 분열을 초래할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한편으로는 모 전 의원의 경우 지역구 관리가 엉망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번 발표에 호응을 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탈락 대상자 중 일부는 신중모드로 일단 ‘재심’청구를 해보고 차후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발표는 ‘사퇴 권고’다. 사실상 사퇴이지만 ‘재심’을 통해 기적 같은 부활을 기대해보겠다는 입장과 탈당의 명분이라도 얻겠다는 입장으로 나뉜 것으로 풀이된다.
 
탈락자 일부의 탈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준표식 인적청산에 포함된 이상 한국당 간판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꾸로 국민의당과 통합을 준비 중인 바른정당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있다. PK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에 둥지를 틀 가능성도 높다. 어차피 여당으로 민심이 돌아서고 있는 이상 굳이 한국당을 지킬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인사는 “친박계의 소멸은 피할 수 없지만 서청원 의원이 밝힌 ‘청산대상 구태정치인 홍준표를 당에 놔두고 떠날 수는 없다’는 발언을 주목해야 한다. 죽을 때 죽더라로 혼자선 죽지 않겠다는 물귀신 작전을 구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며 “이제 한국당은 내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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