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천하통일 꿈꾸고 vs 야권, 텃발 수성이라도

여권은 지난 장미대선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싹쓸이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2018년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지방선거’이다. 여권은 지난 장미대선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싹쓸이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반면 9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자유한국당은 권토중래의 절박한 심정으로 최소한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다. 제3당인 국민의당도 바른정당과의 통합가 현안과제이지만 자신들의 텃밭인 호남수성과 수도권 약진을 바라며 절치부심 하고 있다. 바른정당도 원내교섭단체 지위는 잃었지만 기사회생의 기회를 지방선거로 잡고 있다. 정의당도 진보세력확장의 호기로 삼아 전투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여권, 천하통일 꿈꾸고 있지만…정치는 생물

더불어민주당은 천하통일을 꿈꾸고 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당장 선거를 치루면 전국 석권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도 가능하겠지만 DJ가 항상 강조한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을 생각하면 섣부른 결과 예측은 금물이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현실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도 탄핵정국 발발 직전까지 유지하던 30%대라는 콘크리트 지지율도 최순실 게이트 한 방에 무너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는 임기 1년을 넘기고 실시한다. 한마디로 허니문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고공 상태가 유지된다면 여권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땡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여권 내 권력투쟁이 본격화된다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현재 정가에서는 청와대 권력의 정점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있다는 데 의문을 달지 않는다. 현 청와대 참모진이 임 실장과 비슷한 50대 연령대에 운동권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임 실장은 1980년대 운동권 세력의 성골인 ‘전대협’의장 출신으로 운동권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만약 여권내 反임종석 세력이 규합해 지방선거에 연합후보를 내세운다면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원조친노격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大望’을 성취하기 위해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 친노’였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의 대선을 거치면서 친노의 다수 인사가 ‘친문’으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안 지사는 자연스레 비문으로 분류됐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친문 강경파로부터 ‘적폐’라는 참기 어려운 수모를 당했다.

안 지사도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차기 대선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여권 권력구도상 문재인 후계자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기에 충청권을 지역기반으로 삼아 비문세력의 구심점이 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안 지사가 재선을 거치면서 자신의 텃밭으로 만든 충남을 친문세력에게 그냥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6월까지 전투력을 얼마나 키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 시장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0월 초 불거진 ‘경남도지사 차출설’로 곤혹을 치룬 바 있다. 박 시장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차출설에 “근거가 없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정면 부인했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온 설에 상당히 불쾌해 했었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여권내에서는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으로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즉 여권 핵심부는 정통 친문이 아닌 박 시장이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것보다는 경남도지사와 같은 대안을 제시해 잠룡군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설도 돌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전해철 의원이라는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 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3철’이다. 즉 전해철 의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 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일컫는 말이다.

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민주당내 견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재명 시장이 높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지만 경기도지사 경선은 말 그대로 당 내부 선거다. 당내 기반이 전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 시장은 경선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가 있다.

안희정 지사와 박원순 시장 그리고 이재명 시장은 인지도가 높은 대중 정치인이고 비문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해 공천과정에서 여권 핵심부 주류에 맞선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또 다른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의당을 제외한 야권의 사정은 처참하다. 특히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전멸’이라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각 당 후보들 사진제공=뉴시스

야권, 전멸의 위기감 고조

내년 지방선거는 각 정당의 사활을 건 대혈투가 될 것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권의 사정은 처참하다. 특히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전멸’이라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온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된 자유한국당은 보수분열이라는 늪에 빠져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개혁보수를 외치며 당을 떠난 바른정당의 의원들 중 상당수를 다시 복당시켰지만 지난 17일 발표한 당무감사결과에서 배제된 친박계와 비홍계의 거센 반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탈락자의 상당수가 친박계이고, 바른정당 복당파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홍준표 사당화’’ 이라는 비판이 폭주하고 있다. 만약 이들 중 일부가 탈당을 감행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거나 말을 바꿔 타서 다른 당 후보로 출마한다면 보수 분열로 패배는 불 보듯 뻔 한 일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당으로선 우려해야 할 사항은 PK지역 탈락자들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다면 패배는 곧 텃밭의 상실이라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선거체제 정비가 아닌 집안 단속이 급선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도 상황은 좋지 않다. 안철수 대표는 연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손을 잡고 전국을 돌며 통합론을 외치고 있다. 안 대표가 통합을 서두르는 만큼 반대파인 호남계도 이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즉 이혼과 재혼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극단적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안 대표가 유 대표와 손을 잡고 중도 표심을 얻는다 하더라도 자신을 대선후보로 키워준 호남 민심을 잃을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안 대표의 손을 들어준 호남은 5월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특유의 전략적 투표의 진가가 드러난 순간이다.

호남계 의원들이 통합과정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 탈당을 결행할 인사들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안철수라는 대표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 이상 한 지붕에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안철수 대표와 호남계가 극적인 정치적 대타협을 성사시키지 않는다면 호남은 새로운 대리인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최우선 과제다. 11명의 현역 의원이 남았지만 아직도 불안하다. 유승민 대표는 잔류한 당원들의 불안한 미래를 제시해줘야 자신의 권토중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사활을 걸었다. 흐트러진 당 조직 정비와 함께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급선무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진보세력확장의 호기로 삼았다. 모처럼 호흡이 맞는 문재인 정권을 파트너로 삼아 진보 정치의 장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에 확장된 교두보를 확보한다면 차기 대선에서도 의미있는 선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심상정, 노회찬 등과 같은 스타 정치인들과 숨겨진 젊은 정치신인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