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권 복귀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놓고 심사수고 중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내년 6월 지방선거 3선 도전 포기를 공식 선언하며 새로운 정치 도전을 예고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내년 6월 지방선거 3선 도전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안 지사는 지난 18일 충남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6월까지 8년 간의 도정을 마무리하고 3선에는 도전하지 않겠다. 새로운 도전자에게 기회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중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유일한 인물인 안 지사는 민주당 당 대표와 재·보궐 선거를 통한 여의도 입성,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현 여권의 유력한 잠룡 중 한 명인 안희정 지사가 안정적인 3선 도전을 포기하고 차기 대선을 위한 새로운 정치 모험을 향한 도전을 선언함으로써 여권내 권력함수는 또 하나의 변수를 맞이하게 됐다. <월요신문>은 2018년 정치권의 새로운 돌풍이 예상되는 안희정 지사에 대해 집중탐구를 해보기로 했다.
 
충청도 논산 촌놈 ‘안희정’

안희정 지사는 1964년 충남 논산시 연무읍 마산리에서 태어났다. 본인 스스로 충청남도 논산 ‘촌놈’이라고 부른다. 

안 지사는 어린 시절에 대해 “철물점 아들로 태어나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땅콩도 캐고 담뱃잎도 따는 밭일을 배우며, 전형적인 논산 ‘촌놈’으로 컸다”고 기억한다. (자료 : 안 지사 공식사이트)

안 지사는 어린 시절 꿈이 육사를 졸업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교생이 된 안희정은 전두환 신군부의 집권이라는 시대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의 꿈은 고교 때 읽은 <러시아 혁명>으로 뒤바꿨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아닌 ‘혁명가’가 되기를 원했다. 결국 1908년 광주민주화 항쟁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고교 입학 6개월 만에 제적을 당했다. 서울 성남고에 재입학했지만 자퇴를 선택했다. 그의 꿈은 변하지 않았다.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명문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의 선택은 철학과였다. 대한민국 격변기마다 학생운동을 이끌던 고대 학생운동의 지도부로서 반독재 투쟁에 앞장 섰다. 군부독재와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87년 직선제 개헌 쟁취를 이뤄냈지만 양 김씨의 단일화 실패로 군부의 지지를 받는 노태우 후보의 당선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1988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당했다. 출감 후 김덕룡 의원 비서관으로 국회에 들어왔다. 그러나 김 의원의 주군인 김영삼 총재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며 3당 합당을 강행했다. 안희정은 YS의 결단을 ‘3당 야합’으로 보여졌다. 잠시 정치권도 떠나봤다. 하지만 정치의 끈은 그를 쉽게 놓지 않았다. 대학의 문을 다시 두들겼고 1995년 고대 철학과 졸업장을 받았다.

노무현과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재선 충남지사
 
5공 청문회 스타 정치인 노무현과의 만남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철학과 신념에 매료돼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꿨다. 노무현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 2002년 노무현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 됐다.

하지만 그의 시련은 아직 진행형이었다. 2003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자신이 창출한 노무현 정권을 밖에서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정권이 바뀌자 새로운 정치 인생을 도모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당의 구속전과자 공천불가 조치에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렸다. 자신과 함께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던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엄청난 충격과 슬픔을 딛고 현실정치에 참여했다. 그에게 기회가 왔다. 2010년 충남도지사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보수 성향이 강한 충청지역에서 진보 도지사의 츨현은 지방자치의 새로운 변화였다. 내포신도시 건설 등 자신이 구상한 충남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펼쳐나갔고 그 결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유력 잠룡으로 부상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대세론을 꺾을 순 없었다.

3선 포기한 안희정의 선택은?
 
안희정 지사의 향후 진로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다. 현재까지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출마를 위한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과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의 서울 송파을 출마가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다. 보수 성향은 아니지만 중도표심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특히 송파구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국민의당이 나눠 가졌고, 구청장은 자유한국당이 차지한 지역이다. 한 마디로 절대 강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송파구 지역 정가에선 안 지사의 출마에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지역 여권 인사들은 안 지사와 같은 전국적 지명도가 높은 중량감 높은 인사가 출마한다면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어내 싹쓸이 승리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안 지사는 “현재로서는 보궐선거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로서는’ 표현은 출마를 안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출마도 가능한다는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두번째 선택은 당권도전이다. 내년 8월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 대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안 지사는 당내 주류인 친문이 아니다. 원조 친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순 있지만 친문이라기 보다는 비문에 더 가깝다. 얼마 전 친문 강경파로부터 ‘적폐’라는 수모를 당했다. 안 지사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논쟁을 거부해서 안 된다”고 쓴소리를 한 것이 발단이 돼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전대 출마 시 친노 강경파의 거친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미 출마를 준비 중인 다른 경쟁자들도 넘어야 한다. 현재 송영길 의원이 출마 준비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밖에도 자천타천으로 추미애 대표와 박영선 의원도 후보군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들 만만치 않은 쟁쟁한 후보들이다.
 
만약 안 지사가 대표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예상해야 한다. 당심의 선택을 받지 못한 후보가 잠룡의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역시 심사숙고해야 할 선택이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안희정 지사의 3선 불출마 선언은 중앙정치권으로의 복귀 선언이다. 지난 8년 간 지방행정을 경험한 안 지사가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중앙 정치무대에 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안 지사는 의정활동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원외에서 바라본 여의도 정치와 원내에서 체감할 여의도 정치는 전혀 딴 세상”이라며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대표 같은 이들도 원외에 있으니까 당 장악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안 지사가 심사숙고하겠지만 재·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지방선거 돌풍의 주역이 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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