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노조 조합원 대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부결 시 연내타결 무산 전망

22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식당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이 연내 최종 타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22일 오전 6시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전체 조합원 5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자 중 과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올해 노사 간 임단협 교섭이 최종적으로 타결된다.

노조는 투표 종료 후 노조사무실이 있는 울산공장에 전국 공장 및 사업부 투표함을 모아 개표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11시경 개표가 시작되고, 23일 새벽에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되도록 연내타결 되는 방향이 조합원들에게 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0여차례 파업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노사대립이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20일 발행한 노조 소식지를 통해서도 “사측에 맞서 해를 넘겨 장기전도 고민을 했지만 길어지는 파업임금 손실, 장기화에 따른 투쟁동력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며 “부족하지만 해를 넘기기보다 연내타결이 조합원들에게 더 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일 울산공장에서 37차 본교섭을 갖고 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노사는 먼저 미국, 중국 등 해외 주력시장 판매 부진과 원달러 환율하락 및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 등 어려워진 경영 여건을 감안해 기본급 5만8000원 인상(정기승호, 별도승호 포함), 성과금 및 격려금 300%+280만원, 중소기업 제품 구입 시 20만 포인트 지원 등에 합의했다.

아울러 노사는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3500명을 추가 특별고용하는 데 동의했다. 올해까지 특별고용을 완료한 6000명을 포함하면 총 950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현대차 직영으로 고용된다. 노사는 특별고용과 연계해 2019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와 직영 촉탁계약직 인력운영 규모를 현재의 50% 수준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 상생 방안 마련 ▲4차 산업혁명 대응 관련 노사공동 협의체 구성 등도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외 경영여건 악화로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적극 감안한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고객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사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사진=고은별 기자>

현재 노사 모두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부결될 경우 일정상 연내타결이 불가능해진다. 부결 시 재교섭, 2차 잠정합의안 도출, 2차 찬반투표 등을 진행해야하므로 남은 9일 동안 모든 일정을 마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 지부장은 지난 20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지부 내부의 대의원선거와 정기대의원대회를 마치면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교섭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우선 임단협을 연내타결한 후 내년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 연내타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기아자동차 노사 역시 임단협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사는 통상 현대차 임단협 결과에 따라 비슷한 조건으로 타결을 해왔다. 기아차 노사는 22일 오후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23차 본교섭을 진행한다.

이와 반대로, 한국지엠 노사는 임협(임금 협상) 교섭에 계속된 파행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1일 24차 교섭에서도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내년 1월2일부터 5일까지 전 공장 전면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지난 14일 진행된 21차 교섭에서 임금협상의 연내 타결을 위해 사측 제시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지만, 사측이 기존 제시안을 철회하며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사측은 지난 7월24일 기본급 5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및 타결격려금 1050만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제시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안을 수용하기 전까지 투쟁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타결을 염원하는 조합원들의 여론을 감안해 사측의 제시안을 전격 수용할 의사를 전달했으나 사측이 수용불가 입장으로 돌변, 1만5000명 조합원의 염원을 일언지하에 짓뭉개버렸다”며 “이러한 사측의 행태를 강력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부터 임한택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무기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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