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오는 29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현대차의 고민이 깊다. 올 연말로 데드라인을 잡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자발적 재벌 개혁 시한이 며칠 안 남은 데다 노사 간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도 사상 첫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28일 현재까지 LG·SK·CJ·롯데·현대중공업·태광 그룹 등은 속속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며 공정위의 개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남은 기업은 국내 대기업 중 자산규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뿐이다.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한 기업은 LG그룹이다. 그룹은 지주회사인 ㈜LG를 통해 지난달 9일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보유 중인 LG상사 지분 24.69%를 사들이는 등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후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 이를 통해 기존 개인 대주주 중심에서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수직적 구조로 단순화됐다.

SK그룹도 이미 지주회사인 SK㈜를 갖췄고, 그룹 내 소그룹 체제인 SK케미칼은 지난 1일자로 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 SK케미칼로 회사를 분할했다. 또 SK케미칼은 지주사 전환 첫 단계로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 또는 매각하며 대주주가 손쉽게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논란을 비껴갔다.

연말을 앞두고 롯데·CJ·현대중공업·태광 그룹 등도 지배구조 개선에 탄력을 받고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 26일 계열사 3곳(한국도서보급, 티시스 투자부문, 쇼핑엔티)을 합병한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2014년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지난 26일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와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핵심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내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회사를 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내세운 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4.8%를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그룹 역시 지난 10월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를 출범시켰고, CJ그룹도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CJ대한통운의 지분을 20.1% 추가 확보해 단독 자회사 구조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왼쪽)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사진=현대차>

때문에 현재 재계의 관심이 삼성과 현대차에 쏠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삼성그룹은 총수 구속으로 지난 4월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회한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는데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하고,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88%를,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보유하는 구조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지분 5.17%를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 중이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방안 및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를 각각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끼리 합병해 지주회사를 출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등을 거론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자금마련도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주주들과 마찰 없이 지분 구조를 정리할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외부적으로 산재돼 있는 사안들과 일정상 오는 29일 50주년 창립기념일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당장 오늘 내로 구체화 된 지배구조 개선안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구조상 지분보유 현황이 복잡해 단숨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회사가 거미줄처럼 걸려 있다 보니 하나를 끊으면 문제가 생기고, 이런 구조상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개선안에 대해 계속 검토 중이긴 하나 외부적으로 드러낼만한 건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28일 정기 임원인사 발표를 실시한 현대차는 노조와의 올해 임단협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노조는 지난 27일 41차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내년 1월3일부터 모든 특근(평일철야 포함)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 한해 현대차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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