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이 품고 있는 소박하고 아담한 삶

집이 사람이다 책 표지<사진=인물과사상사>

[월요신문=인터넷팀] 집은 개인과 가족의 삶이 담긴 내밀한 휴식 공간이자, 개인의 사고와 이력을 대변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알려면 집을 보면 된다. 거기에는 그들의 일, 취미, 취향, 관계, 가치관 등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살아온 시간과 경험, 거기서 건져올린 추억이 축적된 장소이기도 하다. 각자의 얼굴, 지문만큼이나 독특하고 유일한 개성을 지닌 공간이 집이다.

자신의 집에 고유한 개성을 부여한 이들은 정주자(定住者)처럼 보이는 여행자다. 진부한 통념을 거부하며 삶에 대한 호기심, 변화의 희망을 집이라는 그릇에 담는다. 집의 용도와 형태를 구상함으로써 삶의 내용을 디자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좋은 집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자극과 영감을 준다.

이 책에 소개된 집들을 통해 좋은 집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 ‘소박한 집’이다. 필요한 것은 있고 불필요한 것은 없는 집에 들어섰을 때 ‘정말 좋은 집’이라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둘째, ‘시간이 쌓인 집’이다. 오래된 집에는 풍성한 이야기가 있다. 오래된 집에서 영감을 얻은 이들은 집을 매개로 과거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연속성을 찾아나간다.

셋째, ‘예술이 태어나는 집’이다. 예술가가 사는 집, 그들이 작업하는 공간은 늘 흥미롭다. 넷째, ‘공동체를 향해 열린 집’이다. 자신의 사적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이웃, 사회와 더불어 지식과 경험, 무엇보다 즐거움을 나누려는 이들의 집에는 환대라는 소중한 가치가 들어 있다.

좋은 집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사실 구분하기 어렵게 서로 연결돼 있다. 집의 내력과 주인의 삶이 만나면서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가꿔진 공간, 즐거움과 영감을 제공하고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공간. 좋은 집은 이렇게 정의된다.

그러나 좋은 집을 갖는 데는 투자와 수익이라는 측면에 눈을 감아야 하고, 공간을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 따른 노력과 노동도 만만치 않다. 외부인의 시선에 포착된 낭만적 가치만으로 포장되지 않는 고통이 숨어 있다. 그런 포기와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책에 소개된 집들은 더 아름답다! <출판사 서평 中>

◇지은이 소개 - 한윤정
서울에 남은 일제시대 적산가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그 집을 부수고 점포가 달린 살림집을 짓기 위해 늘 백지에 설계도를 그렸다. 공간에 대한 흥미는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방문했던 작가와 예술가들의 개성 가득한 집과 작업실을 보면서 더욱 커졌다. 집이 자아의 연장이란 생각에서 집과 닮은 사람, 사람과 닮은 집을 찾아다니는 취재를 시도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2016년까지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한국 영화의 초국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작을 읽을 권리』(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란 책을 냈다.

◇사진가 소개 - 박기호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귀국해 20년 동안 한국에서 『비즈니스위크』, 『포천』, 『타임』, 『포브스』 등 세계적 잡지와 다양한 대기업 광고 사진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작업했다.

2007년 인물 사진에 오브제를 덧붙여 3차원적 사진을 시도한 ‘Photography & Texture’ 연작으로 첫 개인전을 가진 뒤 다시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가지고 철거되는 재개발 지역의 빈집들을 4년째 촬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송도국제캠퍼스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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