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비자들 "정부 발표 믿을 수 없어"…부작용은 어찌 설명해야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판매되는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지었다. 깨끗한나라 등 그간 생리대 파문으로 손해를 입었던 업체들은 화색을 표한 반면, 실제 부작용을 겪었던 여성 소비자들은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8일 식약처는 2차 전수조사 결과와 관련해 “생리대에 존재하는 아세톤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74종에 대해 위해평가 결과 브로모벤젠 등 VOCs 24종은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검출된 50종도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검출된 VOCs 50종 중 43종에 대해 위해 평가를 실시한 결과, 전 제품이 ‘1’ 이상의 ‘안전역’(margin of safety)을 확보했다는 것. 도데칸 등 7종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독성연구자료가 없어 독성참고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제외됐다.

안전역은 VOCs가 인체에 흡수되는 양(전신노출량)과 인체에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량(독성참고치)를 비교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1 이상일 때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보다 상세하게는 일회용생리대의 경우 7~101만6398, 면생리대는 13~10만7077, 팬티라이너는 7~333만3333, 공산품 팬티라이너는 101~149만6954, 유기농을 포함한 해외직구 일회용생리대는 5~162만1876의 안전역을 확보했다.

이는 초저온 동결 후 고온 가열하는 ‘기체 크로마트그래피-질량분석기법’을 적용해 몸무게 43㎏ 여성이 생리대를 하루 7.5개, 한달에 7일씩 평생 사용하고 팬티라이너는 하루 3개씩 평생 사용한다는 가정에 따라 구한 수치다.

위해평가 대상은 2014년 이후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 또는 해외직구를 통해 들어온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총 666개 제품이다.

앞서 식약처는 생리대가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VOCs 84종 중 에틸벤젠과 스타이렌 등 VOCs 10종에 대한 1차 조사를 우선 실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9월 “인체에 유해하거나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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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안 사태’로 창립 이래 가장 큰 타격입은 깨끗한나라…재도약 가능할까?

이번 생리대 파문과 관련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체는 릴리안을 생산 및 유통한 깨끗한나라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잇따르던 부작용 사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실시한 생리대 유해성 평가를 통해 언급됐던 것이 맞물리며 창립 이래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것.

결국 깨끗한나라는 제품의 리콜과 함께 생산 중단이라는 위기에 봉착하며, 시장점유율 0%는 물론 ‘독성 생리대’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깨끗한나라 측은 식약처의 최종 발표와 관련, 공식적으로 누명을 벗게 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소비자들이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객들이 더욱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생리대 안전관리 기준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번 파문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쓴 깨끗한나라가 오명을 벗고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깨끗한나라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품질 안전관리에 더욱 힘을 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깨끗한나라는 지난 13일 식약처와 소비자원, 생리대 주요 제조업체와 함께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강화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관련법에 의한 안전 및 품질 기준을 포함,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마련한 공동 자율안전규약을 실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섬유제품의 환경친화기준을 생리대부터 준용하여 적용함으로써 품질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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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는 있다?…거짓말쟁이 된 여성들

‘시판 생리대는 안전하다’고 최종 결론낸 식약처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해당 제품을 사용한 후 부작용이 속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 유해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인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판 생리대가 안전하다고 결론 지은 것은 결국 부작용을 호소한 여성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게 아니냐는 것.

실제 트위터리안 ‘@Iqz4m33Eqj*****’는 시중 판매 생리대와 팬티라이너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기사를 공유하고 “직접 사용하는 여성들이 유해하다고 하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데 자기들이 뭘 안다고 괜찮다는건지 모르겠다”면서 “현실 따로, 정책 따로, 결과 따로면 뭐하러 조사하냐”고 푸념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 ‘@Heathe*****’도 “이걸 믿으라고?”라고 반문하며 “다시는 국산 생리대 안 쓸거다. 돈을 더주더라도 직구해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여성환경연대 역시 “혼합 및 중복노출을 고려한 위험성 평가가 빠져있으며 여성 생식기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위해평가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생리대 안전을 위해 개별물질 평가 외에 ‘여성건강’에 초점을 맞춘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생리대 사용자인 여성들이 호소하는 구체적 부작용과 경험보다는 개별 화학물질의 위해도 평가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생리대 안전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성급한 발표”라며 “개별물질에 대한 평가결과로 마치 생리대 전체의 안전성을 확인한 것처럼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년 실시될 생리대 속 다이옥신과 프탈레이트 등에 대한 조사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되기 바란다”며 “정부당국은 생리대 제조업체와 협력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생리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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