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적폐 청산 vs 野, 정부 비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집권 이후의 경제 성과를 부각시키며 적폐청산,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 건설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무역 1조 달러 시대 재개막과 3%대 경제 성장률 회복을 강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매년 1월이 되면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은 신년사를 발표한다. 그 해의 신년사를 보면 정치 지도자들이 펼칠 정치 상황과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는 평창 올림픽과 지방선거, 그리고 올해 안에 결정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개헌도 중요한 화두다. <월요신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야권 4당 대표들의 신년사를 분석해 2018년 정치를 예측해보기로 했다.

문 대통령, 적폐청산, 삶의 질 개선 강조…안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집권 이후의 경제 성과를 부각시키며 적폐청산,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 건설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무역 1조 달러 시대 재개막과 3%대 경제 성장률 회복을 강조했다.
 
또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즉 지난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올해에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은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도 최우선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삶의 질 개선은 복지정책과 직접 연결된 것이다. 복지 확대에 대한 여야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과 정의를 세우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현 정부의 구호인 ‘나라다운 나라’가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의 더 큰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정 대화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대화를 강조하며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의 성원을 당부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안보’가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승민 대표는 2일 “신년사 어디에도 북핵, 북미사일은 없고 한미동맹도 없고 안보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대책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나라 지키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데 아무 생각이 없는 신년사였다”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내 정치 상황에 매진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될 수 있다. 하지만 보수 정치권은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국민의 지지를 결집시키 위해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 비판에 집중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다당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개헌과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홍준표, 현 정부 비판에 집중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 비판에 집중했다.
 
홍 대표는 “북핵으로 5천만 우리 국민은 김정은의 핵 인질이 됐고 서민 경제는 도탄에 빠졌다. 한미 FTA 재협상,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세계적 추세와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 등 경제 전망도 한층 더 어두워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쇼, 대북 구걸, 굴종 외교, 정치 보복의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IMF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역할에 대해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주력하겠다”면서 “우리 자유한국당은 잘못된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신보수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홍 대표가 강조한 ‘잘못된 과거’는 친박계 청산을 의미한다. 지난 당무감사로 서청원 의원과 유기준 의원을 내친데 이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청산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홍 대표도 친박계의 반박을 의식한 듯 “변화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도 있었겠지만 이제 더 단단하게 뭉치고 결속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의 진통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안철수, 개헌과 지방선거 승리 다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다당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개헌과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당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당표 추경’을 만들어 추경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의당표 예산’을 만들어 냈다고 자평했다.
 
안 대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추진을 주요 화두로 제시하며 “개헌을 통해 국가최고규범을 재정립하고, 국민권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민심 그대로를 반영하는 대의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외교안보 상황에 대해 “국민 불안만 키우는 ‘우왕좌왕’ 외교안보가 계속된다면, 국가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며 “안보는 ‘다시’도 ‘만약’도 없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동북아 정세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분골쇄신’의 자세로 국민의당을 새롭게 바꾸고,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겠다. ‘전심전력’의 자세로 정치 개혁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쓰겠다”고 다짐했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앞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안 대표는 통합 반대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개헌과 지방선거 승리만을 강조했다”면서 “안 대표는 통합 반대파와의 내전을 종식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일일이 열거하며 정치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촛불’을 강조하는 신년사를 내놓았다. 사진제공=뉴시스
유승민 “개혁보수”, 이정미 “촛불혁명 마침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일일이 열거하며 정치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북 핵미사일 도발, 양극화와 불평등, 저출산 문제를 상기시켜며 지난해 제천 화재와 크레인 사고 등으로 얼룩진 산업현장의 사고를 강조했다. 또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사태를 몰고 온 포항지진을 언급하며 “이 모든 도전들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정치 본연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른정당의 역할에 대해 “안보와 경제를 강하게 지키는 유능한 정당이 되겠다”면서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 개혁보수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다짐했다.
 
유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낡고 부패한 기득권보수, 반성도 책임도 비전도 없는 수구보수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깨끗하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개혁보수의 새 지평을 열겠다”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촛불’을 강조하는 신년사를 내놓았다.
 
이정미 대표는 “구직난에 한숨 짓는 청년들, 불안정한 고용과 처우로 눈물짓는 노동자들, 일터와 가정에서 슈퍼우먼을 강요받아 힘겨운 여성들, 잘못된 편견으로 차별받는 성소수자들, 그리
고 농민들과 장애인. 중소상공인들 모두가 활짝 웃는 새해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지난해 탄핵정국에 대해 “위대한 주권자의 해였다. 국민들께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직접 기반을 닦아줬다. 이제는 우리사회 개혁을 더 과감히 추진해 촛불혁명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께서 과감히 불을 댕겨 주신 촛불이 각 가정, 일터, 학교, 군대 등 삶의 현장 곳곳으로 퍼져 나가 대한민국 전체를 밝힐 수 있도록 정의당은 더욱 성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면서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구태정치, 낡은 정치를 일소하고 정의당은 빠르고 선명한 개혁을 견인해내어,대한민국이 미래로 성큼성큼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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