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개띠의 해다. 개띠 생은 솔직·명랑하며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책임감이 강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망 높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바른말을 잘하기 때문에 고집이 세보이기도 하나 천성은 배려심이 많고 타인에게 헌신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도 개띠 CEO는 꽤 많다. 지난해 한국2만기업연구소의 ‘2016년 100대 기업 임원 연령 분석 현황’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급 등기임원 297명 중 1958년 개띠 CEO는 42명(14.1%)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는 60년 만에 맞는 ‘황금개띠’의 해인만큼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개띠 CEO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사진=현대차>

◇글로벌 車시장 침체 타개…계속되는 현장행보 ‘눈길’

먼저 재계 대표 3세 경영인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1970년생)이 개띠 CEO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1남3녀 중 장남으로서 현대차 구매실장, 영업지원사업부장, 국내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에는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부사장)을 거쳐 2005년 기아차 사장에서 2009년 현대차 부회장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판매가 급감한 미·중국 내 시장점검을 위해 잦은 해외 순방길에 오르는 등 지난해 누구보다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였다. 앞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2017’에 참석한 이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 미국 PGA 제네시스 오픈, 제네바 모터쇼 등에도 얼굴을 비췄다.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으로도 동행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2015년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론칭하는 등 시장 안착을 진두지휘했다. 초기 기획단계부터 외부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제네시스 G70 론칭쇼에서 직접 신차 홍보에 나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향한 정 부회장의 애착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지난해 6월 현대차의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코나’의 론칭 행사에서 흰 면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 업계 안팎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신선한 마케팅 전략은 내수 판매 증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2018년에도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정 부회장은 분주히 현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목표 대수를 ▲현대차 내수 70만1000대·수출 397만4000대 ▲기아차 내수 52만대·수출 235만5000대로 설정했다. 2017년 목표치보다는 하향 수준이지만,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자동차산업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는 더욱 더 국내·외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광폭 행보’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현대차의 경우 올해부터 매년 1차종 이상의 전기차(EV) 모델을 출시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차를 현재 13종에서 38개 차종으로 늘리는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몽구 회장에서 정 부회장으로 아직 승계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정 부회장이 얼마나 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DS 부문장 사장<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업계 최고 권위자, 2018년 ‘슈퍼활약’ 할까

국내 재계서열 1위 그룹인 삼성 내에도 개띠 CEO가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사장(1958년생)이다.

그는 30년 이상 반도체 사업에 몰두한 업계 최고 권위자다.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 사장은 삼성 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사업부장,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DS부문 반도체 총괄 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김 사장은 1997년 1GB D램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38세의 나이로 당시 최연소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이후 차세대 메모리 기술 및 반도체소자(CIS) 개발에 힘썼다.

2003년에는 핵심 기술 인력에만 부여하는 ‘삼성 펠로우’ 호칭을 얻었다. 김 사장을 포함해 삼성 내 활동중인 현역 펠로우는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사장은 2010년에는 51세의 나이로 최연소 사장에도 올랐다.

그는 전자업계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fellow)이기도 하다. IEEE는 세계 학계에서도 특별한 연구 업적을 가진 인물에게만 회원 자격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취임 후 지난해 11월1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려면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며 “임직원들과 진정한 초일류 반도체 회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취임 첫 행보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찾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취임사를 통해 밝혔듯 그는 삼성전자를 초일류 반도체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최근 반도체 시장이 슈퍼호황을 이어오며 올해 김 사장 활약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