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율 대표, 입사 34년만에 1호 사원에서 최고경영자로 선임

(가운데) 이효율 새 총괄CEO (오른쪽) 남승우 전 총괄CEO (사진=풀무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바른먹거리’를 회사의 주요 원칙으로 생각하고 지난 33년간 풀무원을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식품회사로 발전시킨 남승우 대표이사가 ‘65세 은퇴’ 약속을 지키며 아름답게 퇴진했다.

2일 풀무원에 따르면 남승우 전 총괄CEO가 2017년 12월31일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새 총괄CEO로 이효율 대표가 선임됐다.

이는 창사 이래 풀무원을 이끌어온 남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글로벌기업 CEO들은 대부분 65세에 은퇴한다”며 65세가 되는 해에 자신의 은퇴를 선언함에 따른 것이다.

특히나 단순한 은퇴가 아닌,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승계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비상장기업은 가족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가족(1남2녀)이 아닌 제3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 직원 10명 남짓한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남 전 대표는 1952년 5월13일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서 식품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졸업 후에는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다가 자신의 경복고 동창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권유로 서울 압구정동에 개설된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직판장(풀무원효소식품)에 투자한 뒤 풀무원이 법인을 설립한 1984년부터 줄곧 경영에 참여했다. 풀무원효소식품은 원 의원의 아버지인 원경선 원장이 운영하던 풀무원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판매하던 회사다.

그는 공동대표였던 원 의원이 정치에 나선 198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풀무원의 경영을 도맡았다. 직원 10여명으로 시작한 회사를 33년간 직원 1만여명이 넘는 회사로 키워냈으며, 계열사를 무려 23개나 보유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식품기업으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2016년에는 매출이 무려 2조307억원에 달했다.

풀무원을 한국의 대표적인 바른먹거리와 로하스생활기업으로 성장시킨 남 전 대표는 단순히 국내 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미국 1위 두부기업인 ‘비타소이’의 두부사업을 5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현지 두부시장 업계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이보다 앞선 2010년에는 중국에서 상하이포미다식품유한공사와 베이징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했으며, 2014년에는 일본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한 뒤 ‘아사히코’로 사명을 바꾸고 일본시장을 공략하기도 했다.

이효율 총괄CEO (사진=풀무원)

◆ 1호 사원에서 CEO가 되기까지

남 전 대표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전문경영인 경영권 승계’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아온 이효율 대표는 풀무원 기업성장사의 산증인으로 손꼽힌다.

풀무원이 법인 설립을 하기 바로 전해인 1983년에 사원 1호로 입사한 이 대표는 마케팅 팀장과 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풀무원식품 마케팅본부장, 풀무원식품 COO(최고운영책임자), 푸드머스 대표이사를 거쳐 풀무원식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난해 2월에는 (주)풀무원의 각자대표로 선임된 후 경영권 승계 프로세스를 거치기도 했다.

그는 약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업과 마케팅, 생산, 해외사업 등 다양한 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풀무원을 매출 2조원이 넘는 한국의 대표적인 바른먹거리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풀무원의 설립 초창기인 1980년대 중후반에 전국 영업망을 구축하고 국내 최초의 포장 두부와 콩나물을 전국 백화점과 슈퍼마켓에 입점시켜 풀무원이라는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알린 일화는 유명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우동 등으로 유명했던 모식품회사를 인수한 1994년부터는 우동과 냉면, 라면, 스파게티 등 냉장생면 신제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데 앞장섰다. 그의 능력은 2000년대 들어 풀무원이 국내 냉장 생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함으로써 증명되기도 했다.

아울러 2012년부터는 해외사업에 직접 나서 풀무원식품 중국사업을 성장시켰으며, 2014년 일본 두부기업 인수작업과 2015년 미국 두부브랜드 영업권 인수 등의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 지난 33년 발판삼아 글로벌 매출 5억원 이룰 것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한 풀무원의 사례는 가족에게 자신의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 당연시된 국내 기업 문화에서 유한양행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무이하다. 경영권 승계와 지분 등을 놓고 일명 ‘형제의 난’을 일으키며 온갖 잡음을 일으켰던 타 기업들과는 반대되는 행보이기에 남승우 전 대표의 이번 경영권 승계가 아름다운 은퇴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지식과 경영노하우를 가진 경영인이 자율적으로 기업 경영을 하고 성과와 실적에 책임을 지는 선진경영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33년간의 경영권을 내려놓은 남 전 대표는 (주)풀무원 이사회 의장 역할로서 필요한 경우 경영에 대한 자문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2018년 1월1일자로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한 이효율 대표는 33년간의 풀무원 역사를 발판삼아 글로벌 매출 5조원 시대를 열어나갈 방침이다.

그는 취임 후 신년인사를 통해 “풀무원은 지난 33년간 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바른먹거리와 로하스생활기업으로 성장해 온 저력이 있다”며 “새로운 미래를 맞아 로하스미션과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회사의 비전인 ‘글로벌 DP5’(Defining Pulmuone 5조원)를 달성하기 위해 힘찬 도전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해외사업과 관련해서는 “새해에는 국내 사업의 역량과 저력을 해외사업에 성공적으로 롤아웃시켜 한국식품산업의 위상을 빛내고 동남아와 유럽까지 진출하는 글로벌 전략을 마련해 글로벌 히든 챔피언, 글로벌 로하스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로하스미션을 계승발전하고 글로벌 매출 5조원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회사로서 일하는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시대의 젊은 세대와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인 젊은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풀무원은 창사 이래 바른먹거리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새로운 미래를 맞이해 풀무원이 더욱 활력 있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젊은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혁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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