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판문점 연락 통로 개통으로 화답

문재인 정부의 남북고위급 회담 제안이 2018년 새해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문재인 정부의 남북고위급 회담 제안이 2018년 새해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를 적극 시사한 것과 맞물린 이번 제안이 성사된다면 문재인 정부들어 남북 간 첫 공식 만남이 된다. 북측은 판문점 연락통로 개통으로 화답했지만 실제 만남이 성사되기 전까지 남북 양측이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북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뿐만 아니라 북핵 위기 등 전세계가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문재인 정부, 첫 남북접촉 가능성에 높은 기대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오후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남북당국회담 개최 관련 판문점 채널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의제와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를 협의·진행해나갈 것을 제의한다”면서 “남북이 마주앉아 평창올림픽의  북측 참가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회담 일시, 장소,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9일은 우리 측이 제시한 2일에서 딱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하고 준비할 시간으로 일주일을 준 것이다
 
장소는 판문점 내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집을 제시했다. 회담의 주도권을 우리가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노련한 북 측이 자신들의 구역인 판문각으로 역제안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를 지속적으로 제안한 만큼 장소가 회담 성사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의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정권과 마주 앉아 ‘평창올림픽’만을 놓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아마추어리즘적 사고(思考)로 볼 수 있다.
 
조 장관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라는 의제를 포함시켰다. 현재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의제로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남북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뜻밖의 합의를 발표할 경우 한반도는 새로운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의 역제안 가능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노련한 독재자 김 위원장이 선뜻 남 측 제안을 수용할 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래 지속적으로 남북대화를 촉구했고, 미국의 군사옵션실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는 북 측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제재 압박 수준이 가중되면서 경제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볼 때, 남북대화 정국을 통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회담을 위한 접촉과정에서 우리에게 요구할 사항도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우리가 제안한 만남 일시와 장소 그리고 의제도 북 측이 역제안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회담 구도를 조성해 선전을 극대화 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과 같은 한미 갈등을 유발할 ‘뜨거운 감자’도 들이댈 수도 있다. 예측불가능한 북한 정권의 특성 상 회담 성사와 지속 가능성에 많은 난관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북한은 판문점 연락통로 개통으로 화답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3일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경기대회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해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 연계하도록 3일 15시(평양시간·한국시간 오후 3시30분)부터 북남사이 판문점 연락통로를 개통(에) 대한 지시를 주셨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보수-중도, 북의 의도에 의심의 눈길
 
보수와 중도 야권은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일 “김정은의 신년사를 보면 남남갈등을 초래하고 한미갈등을 노리는 신년사이다. 이런 신년사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반색하면서 대북대화의 길을 열었다는 식으로 환영을 하는 것은 북의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일 “북핵문제가 여전히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우리가 너무 과도하고, 너무 성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안 대표는 “북한이 의제와 전제조건 등에서 역제안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면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북핵 미사일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최대 위협이고 비핵화가 없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반드시 남북 당국회담의 의제가 돼야 한다”며 “제재와 압박은 유일한 비군사적 해법이다. 제재와 압박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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