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프랜차이즈 업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운영 방식 변화 잇따라

이마트24 매장에서 운영 중인 무인 결제 시스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올 해 들어 가장 큰 변화를 손꼽으라면 단연 최저임금 인상일 터.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공약에 따라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최저임금을 2017년 대비 무려 16.4% 인상하겠다고 결정해 새해 첫날부터 근로자들은 7530원의 최저시급을 적용받게 됐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득분배구조가 개선되고 더 나아가 실질최저임금 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 저임금근로자의 생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근무시간 및 근로인원 축소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실정이다.

특히나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곳은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편의점 및 커피숍 등의 유통·프랜차이즈 업계다. 시급 인상에 따라 알바고용시장에 한파가 분 것은 물론, 실제 알바생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자신이 직접 매장 관리에 나서겠다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내 롯데리아에 설치된 키오스크. 패스트푸드 업계가 무인 주문 및 결제 시스템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사진=유수정 기자)

◆ 알바비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막상 현장에선?

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김모씨(31·여)는 지난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됨에 따라 야간 알바생 대신 직접 근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새해 첫날부터 야간 시간대 매장 근무에 들어갔다. 시급 인상에 따라 최저임금의 1.5배가량을 더 지급해야하는 야간 시간대에 알바생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

김씨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동시에 야간 알바생에게 근무 종료를 미리 통보했었다”며 “종전보다 시급이 무려 1060원이나 올랐는데 야간수당까지 적용해 알바생을 쓸 경우 적자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직접 근무를 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42)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본사 측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 지급 안내에 따라 2018년 새해부터 알바생들에게 7530원의 시급을 맞춰주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난해 퇴사한 근무자를 대신할 추가 채용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박씨는 “매장이 대학가 근처에 위치한 터에 테이블 순환율이 좋지 않아 안 그래도 매장 운영에 고민이 많던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랐다”고 토로하며 “본사 측에서 최저임금을 지킬 것을 안내하고, 매장에서 근무 중인 알바생들의 눈초리도 있어 시급을 맞추기는 했지만 결원에 따른 추가 채용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영업이 주가 되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도 깊은 고심에 빠진 상태다. 인천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강모씨(56)는 “배달 직원의 경우 위험수당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지급하거나 건당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배달 직원들에게도 이에 상응한 인상을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고객들에게 배달료를 추가로 요구할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탄력운영제도를 신청해 야간 매장(편의점) 운영을 포기하거나, 알바생을 대신해 가족들이 직접 뛰어드는 사례도 증가한 판국이다. 주휴수당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꼼수를 부리거나, 상대적으로 바쁜 매장의 경우 근무강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최저시급보다 500원 가량을 더 지급하기도 했던 지난 2017년과는 달리 현재는 10원 단위까지 딱 맞춰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진=알바천국)

◆ 알바생 고용 및 근로시간 감축 현실화

실제 고용주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이 인상된 2018년부터 고용된 알바생을 감축하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기업 회원 138명을 대상으로 ‘2018 인력 운영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용주의 22.5%가 2018년도 알바생 고용과 관련해 ‘알바 인원을 10~20% 가량 줄이겠다’고 답한 것. 10.1%는 ‘절반 이상 대폭 줄이겠다’고 답했으며, 7.2%는 ‘알바생 대신 가족경영을 고려하겠다’, 3.6%는 ‘알바생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겠다’고 응답했다.

고용주의 무려 43.4%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알바생 고용을 고려하게 된 셈이다.

이에 앞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결정된 지난해 7월에는 실제 상당수의 고용주가 아르바이트생 고용 및 고용시간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이후 알바생의 고용을 줄였다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했다고 밝힌 고용주는 각각 23.2%, 17.4%에 달했다. 2017년 안으로 알바생 고용과 관련해 변화를 주겠다고 답한 고용주도 각각 15,9%(고용 감축), 8.7%(시간 조정)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감축한 근로자의 자리는 무인기계가 대신했다. 실제 매장에서 무인기계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할 계획이 있는 고용자는 각각 10.9%와 30.4%였다.

이 같은 고용주들의 고심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21일부터 29일까지 전국 회원 1458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민’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알바생 72%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우려되는 상황이 있다고 답한 것.

이들이 우려하는 상황으로는 ‘아르바이트 구직난’(33.3%), ‘갑작스런 해고, 근무시간 단축통보’(20.2%), ‘높아진 근무 강도’(16.9%), ‘가게 사정 악화’(9.9%), ‘고용주와 알바생간 갈등’(8.7%), ‘임금체불 빈도 증가’(7.9%) 등이 있었다.

실제 지난해 7월 이후 아르바이트생 4명 중 1명 꼴인 25.9%는 고용주로부터 해고(9%) 및 근무시간 단축 통보(16.9%)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도 집계됐다.

같은 시기를 기준으로 사업장 내 무인기계 도입으로 인한 알바 해고 경험이 있는 알바생도 6.5%나 됐다.

해당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일산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매장에서 근무하던 한모씨(22·여) 역시 실제 최저임금 인상도 있기 전인 2017년 12월 중순경께 아르바이트를 그만 뒀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씨는 “최저임금 인상 시기가 다가와 매장 파트타이머 대부분이 점주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하며 “결국 사장님이 ‘미안하지만 주말 오전에 알바생을 굳이 2명까지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문을 떼기에 자진해서 그만두겠다고 얘기했지만 사실상 해고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BGF리테일)

◆ 수익 악화 예상…“이탈 점주 잡아라”, 프랜차이즈 본사도 고심

실제 패스트푸드 업계의 경우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최저임금으로 고심하는 점주들이 늘어감에 따라 무인(無人) 결제기인 키오스크(KIOSK) 도입이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롯데리아는 전체 1300여개의 매장 중 460여개에 맥도날드는 440여개 매장 중 190여곳에 키오스크를 설치했으며, 버거킹 역시 310여개 매장 중 100여개의 매장에서 무인 결제 시스템을 병행해 운영 중이다.

배달영업으로 전화 주문 접수 업무가 많은 치킨·피자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주문 접수에 낭비되는 인력을 줄이고자 온라인 주문 플랫폼을 확대하거나 챗봇(Chatbot·대화형 로봇)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외식업계는 물론 유통채널들도 무인 시스템의 도입 및 확대를 고려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는 터에 알바생으로 매장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편의점 업계의 경우 더욱이 그렇다.

이에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모바일 기반의 셀프 결제 앱(App) ‘CU Buy-Self’(이하 CU 바이셀프)를 론칭하고, 경기도 성남시 NHN엔터테인먼트 사옥 플레이뮤지엄 내에 위치한 CU 판교웨일즈마켓점에서 테스트 운영에 들어갔다.

이는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활용해 상품 스캔부터 결제까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 쇼핑 어플리케이션(앱)이다. BGF리테일 측은 “해당 앱이 현재는 보조적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만을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무인점포 실현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이미 무인 매장을 운영 중인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정맥 모양으로 결제하는 핸드페이 기술을 적용한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롯데월드 타워 내 서울스카이31에 선보인 이후 이를 점차 확대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다. 아직까지는 보안 및 기술 등의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향후 몇 년 이내에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마트24 역시 지난해 6월 전주교대점을 시작으로 서울 조선호텔점, 성수백영점, 장안메트로점 등 직영매장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GS25의 경우 KT와 손잡고 ‘퓨처스토어’라는 프로젝트명의 스마트 편의점을 개발 중에 있다. KT의 기술과 GS25 편의점사업 역량을 결합해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신개념 점포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

이들은 ▲점포 정보통신기술(ICT) 환경 인프라 혁신 ▲KT-GS25 빅데이터 연계 분석을 통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제공 ▲인공지능 헬프데스크 구축 등의 기능을 제시하고 나섰다. 결론적으로 ICT 신기술이 융합된 편의점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과 관련한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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