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12개 보험가입 월 103만원 납입…평균 1.6회 해약경험
“저축수단 보단 보장목적 따져 보험설계·공적연금제도 개선 시급”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우리나라 가계의 보험료 지출이 소득 대비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보험가입자 중 절반가량이 보험상품을 저축이나 목돈마련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9일 금융소비자연맹이 기획재정부와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전국 1000개 가구를 대상(20~60대 성인남녀)으로 ‘가구소득대비 보험료 부담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가구는 가계 소득(월 평균 세전 557만원) 대비 18%를 매월 보험료로 납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가입 소비자의 27%는 최근 5년 이내 납입한 보험료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보험해지를 한 경험이 있었다. 특히 보험의 본래 목적인 ‘위험보장’이 아닌 ‘저축 또는 목돈 마련’의 수단으로 보험상품을 많이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계 평균 11.8개의 보험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월 103만4000원을 보험료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의 43%가 보장 보단 저축을 목적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가계보유 보험상품 중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에 대한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가 가장 많아 위험보장보다는 노후생활/목돈마련 위주의 가계 보험소비 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건강)보장보험과 재해/상해/사망보장보험, 손해보험, 실손의료보험의 주 가입목적은 잠재적 위험보장이 약 76%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저축성(목돈마련) 보험과 변액보험, 개인연금보험의 경우 약 66%가 자금마련으로 나타났다.

금소연은 “초저금리 지속으로 시중금리가 2%대 내외인데 보험의 저축성 상품도 공시이율 등 이율이 높아야 2%대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10년이 지나도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상품을 ‘저축성’상품이라고 믿고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소연은 특히 “보장을 바탕으로 단지 보험금이 투자실적에 따라 변동하는 변액종신 보험과 변액유니버셜보험, 변액CI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보험회사가 ‘투자형 상품’으로 과장해서 팔고 있다”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변액보험’하면 투자상품 또는 목돈마련 상품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 종류별 납입보험료는 연금보험이 18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저축성보험17만9000원, 변액보험 14만9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장기손해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은 각각 7만5000원, 6만3000원 가량을 보험료로 매 월 납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1인가구에 비해 다인가구의 월 평균 실손의료보험료 지출수준이 높았다.

<자료=금융소비자연맹>

가계의 61%가 지인의 권유로 인해 보험을 가입하고 있었다. 자발적 보험가입은 18.2%에 불과한 반면 지인 35.8%, 보험설계사 13.5%, 설계사 친지권유는 11.7%를 차지했다. 보험설계사 자신이 가입한 비율도 11.7%나 됐고 전문설계사는 10.0%로 타의로 가입한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26.5%가 최근 5년 이내, 가구당 평균 1.6회 보험해약 경험이 있었다. 보험의 중도해지 이유로는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서(28.2%)’, ‘더 좋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24.9%)’,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서(11.9%)’, ‘지인의 권유로 불필요한 보험가입(10.3%) 순으로 나타나 중도 해약사유 중 경제적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험종류별로는 생명보험 중 변액보험이, 손해보험 중 장기손해보험의 중도해지경험이 가장 높았다. 이 두 보험은 해약의향 또한 변액보험 13.8%, 장기손해보험 10.0%로 다른 보험상품에 비해 월등했다.

금소연은 “이번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6.3%의 가구가 월 가계수입 대비 10%를 초과해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어 과도한 보험료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보험은 중도해지로 인한 가계 재무 손실위험이 높은 만큼 자신에게 꼭 필요한지 따져보고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소연은 이어 “보험은 저축수단이 아닌 ‘위험보장’이라는 보험의 본래 목적에 대한 인식 정립이 필요하다”며 “가계의 심리적 불안이 보험료 과다납입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공적연금제도 개선 등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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