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수프리모라는 말은 틀린 것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먼저 생두를 태우지 않고 맛있게 볶는 과정, 즉 로스팅이 잘 되어야 하고, 또 맛있게 추출되어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두가 아닐까 한다. 요리도 재료가 신선하고 맛있어야 하듯이 커피도 생두가 맛있어야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좋은 생두일까? 생두는 나라마다 기준을 달리하여 등급을 나누고 있다.

TV광고에서 에티오피아 수프리모라는 것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보통 생두 이름을 말할 때에는 생두의 원산지와 그 등급을 함께 부른다. 그런데 에티오피아 수프리모라는 생두는 사실 존재하기 힘들다. 이유는 생두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서는 등급을 수프리모가 아니라 그레이드 1, 그레이드 2 등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티오피아 지역의 시다모 그레이드 1 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그레이드 2 등은 존재할 수 있지만 수프리모라는 등급은 중앙아메리카 생산국 중 특히 콜롬비아에서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등급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점두 수에 따라 그레이드 1, 2 등으로 등급을 나누는 에티오피아에 수프리모라는 등급을 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면 생두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첫 번째로 결점두에 따라 분류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나라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상대적으로 저지대이기 때문에 재배고도나 콩의 크기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결점두의 개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구분한다. 인도네시아와 위에서 언급한 에티오피아도 결점두의 수에 따른 분류방식을 사용한다.

두 번째는 생두의 크기에 따른 분류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수확한 생두 가운데 일부를 샘플로 뽑아 크기를 측정하여 큰 순서대로 등급을 분류한다. 그 중에서도 콜롬비아가 대표적인 나라며 대부분의 중앙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크기에 치중하다보니 오히려 커피 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크기가 크다고 해서 꼭 맛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고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방식이 있다. 과테말라나 코스타리카 등의 나라는 크기나 맛에 상관없이 지정한 고도에 위치하면 해당하는 등급을 부여한다. 얼핏 불합리하여 보이지만 고도의 차에 따라 일교차가 커지면 광합성과 호흡작용 등으로 맛이 좋아지고 재배가 어려워서 오히려 합리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 다만 고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기 때문에 좋은 등급에서 재배된 콩이라 할지라도 결점두가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크게 살펴보면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지만 조금 더 복잡한 품질기준을 사용하는 나라도 있다.

예를 들면 가공방법에 따른 분류등이다. 생두의 등급은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기준들이 커피의 맛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생두의 크기, 결점두의 수, 재배지역의 고도 지역 등 또 각각 커피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맛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수지 로스팅하우스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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