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놓고 내부진통 심화
다스 자금창고 논란·창업기업 관련 감사원 지적받아
‘동반자 금융’ 내건 임기 2년차 순탄치 않은 출발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김도진 기업은행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임기 2년차에 접어든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내외부 잡음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는 2016말 ‘내부출신 행장’ 계보를 이으며 은행장에 취임한 후 실적, 중소기업 지원, 노사소통 등 모든 면에서 칭찬일색의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일부 직원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내부분열양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기업은행의 다스(DAS) 차명계좌 금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창업기업 연대보증 문제 관련 감사원 지적까지 받으면서 김 행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 노사가 합의한 무기계약직 약 3300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작업이 내부분열로 진통을 빚고 있다.

앞서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골자로 하는 ‘준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노사는 창구텔러, 사무지원, 전화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 3300여명에 대해 상반기 정기인사 후 빠른 시일내 정규직 전환을 완료할 방침이다. 기간제·파견용역에 대한 정규직화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의 중이다.

하지만 노사합의 과정에서 정규직 직원들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정규직-정규직간 갈등이 촉발됐다. 일부 정규직 직원들은 노사 양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하는 한편, 혹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자신들의 임금이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기업은행이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충분한 내부의견 수렴없이 섣부르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일시적 진통일 뿐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오랜 시간동안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라며 “정규직 전환을 대외적으로 선언했을 뿐 아직 연봉문제나 업무수준 등 세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노조 측도 “각 지점을 다니면서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는 물론 조합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해 의견을 수렴했다”며 “1월 중 정기인사가 단행되면 세부협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내부분열’ 얘기는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김도진 행장은 취임 초기 껄끄러웠던 노조와의 관계를 지속적인 대화와 신뢰구축을 통해 ‘상생관계’로 발전시킨 바 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내부 파열음이 지속될 경우 김 행장의 경영행보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또한 검찰이 다스의 실소유주 및 비자금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은행의 차명계좌 금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도 김 행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자동차부품제조업체인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로 의심되는 곳으로, 다스경영진이 협력업체 직원의 친인척들을 동원해 자금을 숨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이 자금창고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다스의 가장 큰 자금창고는 기업은행으로 75억3600만원이 보관돼 있었다. 또 하나은행 22억4000만원, 메트라이프 12억8000만원, 대구은행 8억8700만원, 한국투자신탁 1억원 등 억대 비자금이 여러 금융사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다스 차명계좌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던 사안이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다스의 비자금 조성에 기업은행과 대구은행의 차명계좌가 사용됐으며 각 은행의 양도성 예금증서(CD)계좌에 43억원, 3억원이 들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정권 수뇌부의 자금창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계속 불거질 경우 기업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더구나 기업은행은 투기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상통화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해준 대가로 막대한 수수료 이익을 챙겨 비난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기준 기업은행의 가상계좌 예치금액은 4920억원(계좌수 30개)으로 NH농협은행(7865억원, 2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의 주거래은행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계좌를 통한 자금세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다.

김 행장은 최근 감사원에서 창업기업 연대보증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이 지난 9일 발표한 ‘창업·벤처기업 육성 및 지원실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연대보증 면제대상 기업임에도 397건(연대보증액 325억여원)의 연대보증 계약을 체결해 빈축을 샀다.

정부는 창업기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 5년 이내 대표자의 연대보증 부담을 면제(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16개 은행 협약 체결)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 지원에 앞장서야할 기업은행이 오히려 연대보증 요구로 창업기업에게 자금부담을 준 셈이다.

특히 김 행장이 취임 후 줄곧 외쳐왔던 ‘동반자금융(중소기업 성장단계별 맞춤 지원)’ 행보를 고려할 때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CEO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때 실적은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공적인 역할을 하는 특수은행이라는 점에서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했느냐는 점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기업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연결기준)은 전년 동기(9495억원) 대비 31.7% 증가한 1조 250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업은행이 지난해 1조 5000억원, 올해 1조 65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취임 1년을 성공적으로 보낸 김 행장이 임기 2년차에 접어들면서 내외부 잡음으로 연초부터 난관을 맞고 있다.

김 행장이 이러한 위기를 딛고 올해 핵심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 ▲중소기업 금융지원 강화 ▲디지털 혁신인재 1만명 육성 ▲5년간 창업기업 500개 육성 및 100조원 자금 지원 약속을 지켜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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