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부결’, 교섭 장기화 되나

9일 울산시 중구 현대중공업 노조가 2016·2017 통합교섭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가운데, 이날 오후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사내체육관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2년치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현대중공업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실시된 2016·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합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 속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액을 전년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다. 여기에 2016년 5월부터 끌어온 임단협을 두 해가 넘도록 매듭짓지 못하는 등 안팎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전날(9일) 현대중공업 전체 조합원(9825명)을 대상으로 2016·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 투표자 8804명 중 4940명(56.11%)이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이 결국 부결됐다. 찬성은 3788명(43.04%)이었다.

반면,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노조는 같은 날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가결시켜 2년치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은 임금 동결 및 상여금 분할 문제와 3개의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 낮은 성과금 규모 등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의 질책과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여 재교섭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29일 2016년 임단협의 경우 ▲기본급 동결 ▲성과금 230% 지급 ▲격려금 100%+150만원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지급, 2017년 임협의 경우 ▲기본급 동결 ▲성과금 97% 지급 ▲격려금 100%+150만원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등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노사는 산출기준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하고, 상여금 지급 기준도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현재 짝수달에 100%(12월 200%) 및 설·추석 각 50% 지급하는 상여금(총 800%) 지급 체계를 변경해 ▲매달 25%(총 300%) ▲매 분기말 100% ▲설·추석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단체협약 부문에선 일부 단협 조항 중 ▲신규채용 시 종업원 자녀 우대 조항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 등을 삭제하기로 했다. 경영정상화시까지 우수조합원의 해외연수도 유보할 방침이다. 또한 유연근무제도를 신설, 노사 합의를 통해 노동시간 등을 결정한다. 아울러 사측은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30억원을 출연하고, 교섭 타결시 조합원들에게 유급휴가 2일을 부여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전경<사진=뉴시스>

합의안 가결에 따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는 2년치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했다. 2016년 성과급은 현대중공업과 같지만, 지난해 성과급은 ▲현대일렉트릭 341% ▲현대건설기계 407% ▲현대로보틱스 450% 등으로 차이가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이 빠른 시일 내 해결되길 노사가 뜻을 함께했으나 합의안이 부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재교섭 의지를 피력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수주 절벽으로 인한 일감 부족이 본격화되면서 ‘순환휴직’, ‘휴업’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꺼냈다. 올해도 조선업 불황으로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20%가량 낮추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은 10조364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매출액 목표로는 7조9866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조선업 활황이던 2008년과 비교했을 때 6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는 현대중공업 구성원 모두에게 시련을 안겨준 한 해”라며 “올해는 수주절벽으로 인해 일감부족이 본격화되면서 순환휴직·휴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은 매출감소, 일감부족, 시황회복 지연 등 위기극복을 위해 올해 슬로건으로 ‘현대정신, 위기 돌파’로 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안전한 일터 조성 ▲원가경쟁력 확보 ▲기술·품질 고도화 ▲신뢰와 협력의 조직문화 구축 등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강 대표는 “수많은 난관이 놓여있고, 해양사업은 몇 달 후면 일감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면서 “다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내놓은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1만899명의 인구가 울산시를 떠났다. 한국은행은 조선업의 구조조정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조선업 불황이 지역경제마저 침체시키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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