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임원인사로 유리천장 깬 롯데, 여풍당당 시대 돌입

선우영 롭스(LOHB's) 대표 (사진=롯데그룹 제공)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그룹 역사상 첫 ‘여성 CEO’ 탄생.”

2018년 롯데 정기 임원인사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선우영 롭스(LOHB's) 대표의 선임이다.

그간 입이 닳도록 여성인재 발굴 및 육성을 강조해오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18만 ‘롯데맨’과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로써 롯데는 남성들이 경영진이나 임원에 대거 포진해 있는 일반적인 국내 유수 대기업을 제치고 대표적인 ‘여성친화 기업’으로써 ‘여풍당당’(女風堂堂)이라는 색다른 행보를 걷게 됐다.

◆ “여성 CEO 배출”…약속 지킨 신동빈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과 오후에 나눠 열린 롯데지주, 롯데쇼핑 등 총 28개사의 이사회에서 170여명이 신임 및 승진됐다. 이 중 유통·식품·서비스 부문 등에서 1명의 여성CEO를 비롯해 12명의 여성임원이 탄생함에 따라 롯데그룹 내 여성임원 수는 10일 현재 총 28명에 도달하게 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선우영 롯데하이마트 온라인부문장(상무)이 롯데 롭스(LOHB's)의 대표로 선임된 것이다. 이번 인사로 ‘롯데그룹 최초 여성 CEO’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H&B(헬스앤뷰티)사업본부의 대표로 내정된 선우영 상무는 지난 2017년 정기 인사 당시 온라인몰 재구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공로로 상무보에서 상무로 한 단계 진급했던 바 있는 인물이다. 이번 2018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2년 연속 승진의 기쁨은 물론, 롯데 역사상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선우영 신임대표 내정자는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에서 생활가전 상품관리, 온라인부문 업무 등을 수행하며 옴니채널 사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롯데 측은 선 신임대표 내정자가 향후 여성 CEO로서의 섬세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롭스의 상품 소싱과 온라인 사업을 이끌고 고객의 니즈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유에서 이번 인사가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는 2020년까지 반드시 여성 CEO를 배출하겠다고 단언했던 신 회장의 약속을 2년이나 앞당긴 인사라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약 10년여간 다양한 기업 정책 등을 통해 여성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해온 롯데의 결실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그간 경영비리 등 사건의 법정공방으로 속앓이를 하던 신동빈 회장이 뉴롯데 선포 후 처음으로 진행한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 자신의 약속을 녹이며 앞으로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2018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름을 올린 여성 임원들 (사진=롯데그룹 제공)

올해는 선 신임대표 내정 이외에도 다양한 주력 계열사에서 여성 임원 인사를 대거 단행했다. 2012년 처음으로 3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한 이후 신동빈 회장의 여성인재육성 정책에 따라 열정과 능력을 갖춘 여성인력을 과감히 발탁해오던 롯데의 전통이 이번 인사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현옥 롯데지주 준법경영팀장은 컴플라이언스 체제 도입과 실행에 크게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인터넷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전혜진 호텔롯데 상무보와 그룹의 A.I. 사업 추진을 맡고 있는 김혜영 롯데쇼핑 상무보 역시 관련 전문성과 업무추진력을 인정받아 한 단계 승진했다.

롯데제과의 벨기에 길리안 법인장인 미에케 칼레바우트 상무보도 프리미엄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킨 공을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아울러 ▲김민아 롯데지주 재무3팀장 ▲여명랑 롯데칠성음료 브랜드 팀장 ▲이정혜 롯데백화점 디자인관리총괄 ▲신영주 롯데슈퍼 전략상품부문장 ▲황윤희 롯데멤버스 빅데이터부문장 ▲김지나 롯데카드 브랜드전략팀장 ▲최진아 롯데제과 글로벌마케팀장 ▲송종은 롯데지알에스 햄버거판촉팀장이 이번 인사에서 신임 임원으로 발탁됐다.

◆ 유리천장 깨진 롯데…‘여풍당당 시대’ 열린 배경은?

성별에 따른 구분이나 차별 없이 능력 중심으로 동등한 승진 기회를 제공한 롯데의 인사는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3%도 채 되지 않는 여성 임원 비율 향상을 위한 노력의 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그간 신동빈 회장이 여성고객의 비중이 높은 그룹 특성상 여성인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 회장은 다양한 사고를 갖고 있는 인재들이 존중받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다양성 중심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여성인재 발굴 및 육성에 중점을 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지난해의 경우 경영권 분쟁 및 경영비리, 국정농단 연루 등 여러 가지 이슈로 직접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여성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여성인재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 것임을 약속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9월19일, 2015년 이후 두 번째로 여성임원과의 자리를 마련한 신 회장은 “롯데가 건강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여성인재들의 다양한 의견과 행동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여성인재들이 능력과 자질만 갖춘다면 롯데 내에서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사진=롯데그룹 제공)

같은 해 12월18일에는 여성인재 500여명을 초청한 ‘제6회 롯데 와우(WOW, Way of Women) 포럼’을 통해 롯데가 여성인재 육성을 위해 2005년 이후 10여년간 진행한 정책들을 중간 점검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롯데 와우 포럼은 롯데그룹의 여성 리더십 포럼으로, 그룹의 여성 인재 육성에 대한 의지를 공유하고 여성 간부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는 행사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 2006년부터 여성인재 채용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왔으며, 여성인재를 위한 근무요건 조성에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이들은 2012년 여성 자동육아휴직제도 도입을 비롯해 여성육아휴직 기간을 2년까지 연장하는 등의 ▲육아휴직 의무화 도입과 기간 확대 ▲회사 내 어린이집 설치 ▲전 계열사 유연근무제 도입 ▲여성인재 채용 비율 40% 목표 ▲2020년까지 여성 간부 비중 30%로 확대 등 다양한 여성친화정책을 수립했다.

그 결과 2005년 이전 5%에 불과하던 여성 신입사원 비율을 현재 40%까지 끌어 올렸으며, 롯데 그룹 전 직원 중 여성인재가 차지하는 비율을 30% 수준으로 확장하는 등 국내 기업의 여성 고용률 확대에 선두주자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롯데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의 최근 임원인사 트렌드는 여성 인재의 대거 배출이 자리한 추세다.

지난해에는 홈플러스가 임일순 경영지원부문장(COO,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의 인사를 단행하며 국내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탄생시켰으며, LF 역시 국내 ‘1세대 핸드백 디자이너’인 조보영 상무를 전무로 승진 발령하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KB손해보험 역시 최근 단행한 2018년 임원 및 부서장 인사에서 여성인력을 대거 발탁함과 동시에 향후 2020년까지 사내 여성관리자 비중을 2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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