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의 비핵화 공방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급행 열차’”

남북 고위급 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는 북한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당시 회담에서 “남측 언론에서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그 무슨 비핵화 문제 가지고 회담이 진행된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됐다”며 “이 문제를 북남 사이에 박아 넣고 또 여론을 흘리게 하고 불미스러운 처사를 빚어내냐”라고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남과 북이 만났다. 남과 북은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이밖에도 고위급 대표단, 응원단 파견과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등도 합의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는 북한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당시 회담에서 “남측 언론에서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그 무슨 비핵화 문제 가지고 회담이 진행된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됐다”며 “이 문제를 북남 사이에 박아 넣고 또 여론을 흘리게 하고 불미스러운 처사를 빚어내냐”라고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반도 위기의 핵심은 ‘북핵’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와 미국은 비핵화를 촉구하고 있다. 양 측의 기본 입장이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조만간 개최될 군사당국자 회담은 남과 북의 대결장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는 일관되게 비핵화를 의제로 제시할 것이고, 북한은 의제 상정조차도 거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정치공세만 펼치다 무산될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미국이 배치한 전략자산 철회 등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의 반응을 보면서 다뤄야 할 난제이다.
 
미국은 남북회담 다음 단계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로 못박았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다음 단계는 우리의 최우선 순위인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 마디로 남북 군사회담의 의제는 비핵화라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통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며 “북한이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줄기차게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한미 양국이 상황에 따라 갈등을 겪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때론 한미 정상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밝힌 신년사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이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 야권은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1일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남북회담은 북핵을 완성할 시간만 벌어주는 북한의 정치쇼에 놀아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북한에 퍼준 수십억 달러가 북핵 개발 자금으로 전용돼 돌아 왔는데 그 정권을 이어 받은 이 정권이 북핵 완성의 시간 벌기 전략에 부화뇌동 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문 정권은 유의하고 명심해야 한다. 더이상 북의 위장 평화공세에 놀아나지 않기를 바란다.비핵화에 주력하고 회담의 주제도 비핵화에 중점을 두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않은 군사회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의제를 결사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펼쳐질 군사회담은 북한 특유의 정치선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비핵화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한 과제다. 한시라도 이를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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