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절차 제동 파장
하나금융 “투명성 높였다…숏리스트부터 명단공개”
노조 “김 회장 3연임 시나리오, 비리의혹 규명돼야”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중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한다. 그간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지적하며 강도 높은 지배구조 손질을 예고해 왔던터라 금융사들 역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하나금융은 이를 의식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김정태 회장을 제외하는 등 새로운 지배구조개선안을 마련했지만 회장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이달 22일 최종 회장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김정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금융사 지배구조 현장검사에 앞서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관련 서류제출을 요구했다.

특히 하나금융에는 회장 후보자 평가항목과 배점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선임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서면조사를 통해 각 금융사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회추위 구성, 사외이사 독립성 등을 파악한 후 현장점검때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에 차기 회장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조사가 그동안 노조와 마찰을 빚어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에서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금융지주회사에 대주주가 없다보니 최고경영자(CEO)의 장기집권이 가능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금융지주사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에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자율시정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와 7가지 경영 유의사항을 공시하기도 했다. 경영 유의사항에는 CEO 승계 절차, 회추위 구성과 운영, 사외이사 선임 절차,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당국의 지적에 하나금융도 회장 추천 선임절차 투명성 제고로 보조를 맞췄다. 하나금융은 이번 회추위에 김 회장을 제외한데 이어 후보자 선정 과정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윤종남 하나금융 회추위원장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정하고 투명한 유효경쟁 속에서 회장 후보자를 선출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진행 절차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16일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22일 차기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이하 하나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김정태 회장이 선임한 인사들로 결국엔 김 회장의 3연임을 위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하나금융이 회장 선임 절차를 서두르는 것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불과 1~2주 사이에 후보들에 대한 제대로된 검증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투명성을 제고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16명의 후보가 누군지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김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의 독일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전 독일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인사청탁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순실씨 연관된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과 중국 특혜투자 의혹도 불거졌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하나은행이 아이카이스트에 1년간 20억2000만원을 대출해줬으며 8억5700만원을 회수하지 못했다며 금융당국에 검사를 요청했다. 현재 금감원은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노조의 의혹제기에 하나금융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하고 있다. 특히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명단 공개로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후보자로 뽑힌 16명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선정된 것으로 명단공개는 적절하지 않다”며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이 나오면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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