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8일 통합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8일 통합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이로써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제3당이 탄생해 정국은 새로운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1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힘을 합쳐 더 나은 세상,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는 통합개혁신당(가칭)을 만들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나란히 번갈아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통합의지를 천명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 “지금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불안감의 근원은 안보불안”이라며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중국 눈치를 보는 외교정책, 북한에 유화적인 대북정책으로는 우린 국민과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환상에 사로잡혔다”면서 “국민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만드는 사이에 청년실업은 IMF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중부담 중복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구에 매달리는 것은 이 정권이 그렇게 비난하던 박근혜 정부와 똑같다”고 박-문 양 정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두 사람은 통합개혁신당이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한국정치를 바꾸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자유한국당을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로, 더불어민주당을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라고 규정하며 자신들이 통합과 개혁의 정치, 젊은 정치, 늘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해결 정치세력이 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하지만 이들이 대한민국 정치의 ‘대형 태풍’이 될 지, 아니면 ‘찻잔 속의 미풍’이 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통합반대파의 중심인물인 정동영 의원은 전날 “개헉신당이 청년의 삶을 바꾸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반대파가 실제로 신당을 창당하면 국민의당은 거의 절반의 의원을 상실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바른정당도 얼마 전 박인숙 의원이 기습탈당을 하며 9명의 의원을 가진 한 자릿수 정당으로 전락했다. 추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정치는 勢’라는 정치 상식에 비춰볼 때 양당의 통합은 ‘마이너스’로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또 양당의 화학적 결합이 순항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념적으로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의 결합으로 볼 수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결합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짧은 정치 경력에 주변 측근과의 잦은 이별로 유명하다. 현재는 유승민 대표와 이해관계가 맞아 통합을 선언했지만 창당과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이들의 정치실험이 성공할 경우 정치적 파괴력은 엄청난 파워를 가질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는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에서 나타난 젊은 세대의 기준은 ‘공정과 실리’다. 
 
남북 단일팀을 감동으로 보는 정부와 수년 간 올림픽 참가를 준비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의 노력과 땀이 정치에 의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보는 젊은 세대가 충돌하고 있다. 북한이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올림픽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또 실력차가 확연한 남과 북이 물리적 결합을 통해 비참한 성적표를 받을 경우 젊은 세대의 분노게이지는 급상승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치도 마찬가지다. 안 대표와 유 대표가 천명한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가 실제로 구현된다면 매우 이념지향적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당체제는 무너질 공산이 크다.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이를 정책화할 수 있는 ‘제3의 정당’이 존재한다면 젊은 세대 표심의 대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안-유 통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유도 여기도 있다고 본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안-유 통합 선언이 나온 직후 “명분없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이며 보수 야합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상처뿐인 결합은 생존을 위한 그들만의 피난처일 뿐이고,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양당의 혹평은 단순한 정치 공세보다는 이들의 통합이 몰고 올 후폭풍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볼 수 있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인사는 <월요신문>과의 만남에서 “이제 대한민국 정치는 새로운 정치실험에 돌입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개혁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안철수와 유승민이 손을 잡고 정치개혁에 나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는 지는 이제부터 자신들의 약속을 실현시켜주느냐에 달려있다”며 “요란한 구호로 끝날 지, 아니면 제3당의 롤모델을 보여줄 지 여부는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의 정치력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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