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차례의 탈당으로 맞은 위기, 국민의당과의 통합으로 재기 도모 중

오는 24일이면 바른정당이 창당한 지 1년이 된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중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는 개혁보수 정치를 목표로 창당했다”고 외쳤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오는 24일이면 바른정당이 창당한 지 1년이 된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중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는 개혁보수 정치를 목표로 창당했다”고 외쳤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정당사는 1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에 비해 엄청난 정치 격변을 겪었다. 4차례의 크고 작은 탈당으로 당초 33명의 의원에서 현재 9명의 비교섭단체로 전락했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유승민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통합 추진으로 당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차례의 크고 작은 탈당사태 겪은 부침의 1년

최초 바른정당은 유승민, 김무성, 정병국, 김성태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으로 창당했다.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원희룡 제주도 지사 등이 참여하면서 보수 개혁의 기치를 높이 세웠다. 바른정당의 순조로운 출발에 박순자, 홍철호, 지상욱 의원이 합류하자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을 금방이라도 흡수할 것 같은 분위기로 미래는 밝아만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자 이른바 ‘장미대선’정국이 펼쳐졌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 지사가 정치권에 뜨거운 돌풍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했고, 유승민 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보수후보 단일화가 화두에 올랐다. 5월 9일 대선을 며칠 앞두고 대규모 탈당 사태가 발생했다.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 거부가 신호탄이 됐다. 유 후보와 날 선 각을 세우던 김무성계 중심으로 무려 13명이 탈당했다. 정작 反유승민 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당을 떠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탈당을 예고했던 황영철 의원이 탈당을 번복하고 잔류하자 원내교섭단체의 마지노선인 20석을 채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유승민 후보는 1차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도 보수 단일화를 끝까지 거부하며 대선에 임했다. 개혁 보수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유승민 후보를 지지한 결과, 무려 220여만 표를 획득해 4위가 됐다. 비록 낙선을 했지만 유 후보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선이 끝나자 당은 이혜훈 대표 체제로 개편됐다. 하지만 이 대표 체제는 얼마 가지 못했다.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여성 사업가가 이 의원에게 현금과 명품가방을 제공했다고 주장했고, 이 대표는 의혹에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당의 시련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론이 당내 분란을 일으켰다. 통합파의 리더인 김무성 의원이 이끄는 9명이 전당대회 직전 전격 탈당했다. 한 순간에 원내교섭단체는 무너졌고, 군소 정당으로 전락했다.

결국 2차 탈당 사태를 겪은 직후인 11월 13일 유승민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위기에 빠진 유승민 대표는 승부수를 던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통합을 시도했다. 중도 보수와 중도 지보의 결합으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국민의당 통합반대파는 유 대표와 손을 잡은 안 대표를 겨냥해 연일 비판을 쏟아냈고, 현재는 분당이 기정사실화 됐다.

바른정당도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원했다. 두 차례의 탈당사태로 당의 위기를 극복해줄 돌파구로보였다. 하지만 탈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년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김세연 의원이 떠났다. 남 지사는 바른정당 창업 멤버였고,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 대표와 자웅을 겨루던 당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탓에 충격이 컸다. 김세연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당의 간판 스타 두 명을 잃은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절대로 안 떠날 갈 것 같던 박인숙 의원이 지난 16일 기습 탈당했다. 당은 허탈했다. 유승민 대표는 박 의원이 탈당한 다음 날 “저를 포함 아무도 몰랐다”면서 “경위가 어찌 됐든 당 대표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사과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으로 재기 도모 중

유 대표도 더 이상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용인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듯, 지난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유-안 양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 정치로 한국정치의 새 역사를 쓰겠다”며 통합을 선언했다.

이들은 “한국 정치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가 양극단을 독점하면서 진영의 논리에 빠져 있다”며 “구태정치를 결연히 물리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 젊은 정치, 늘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 해결 정치를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안-유 대표에 의해 구태 정치로 규정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들의 통합에 비판적이다. 혹시라도 이들이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경우 자신들의 거대 양당 지위가 흔들릴 것을 염려한 탓인지 혹평을 쏟아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들이 통합선언을 한 이튿날 “합당 과정에서 보여준 당내의 분열과 탈당 행렬은 차치하더라도 두 분의 합당 선언에 드러난 현실 인식은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안보는 냉전적이고, 정치는 퇴행적이고, 과정은 비민주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가 보여준 정당민주주의 훼손 행위는 그 도를 넘어섰다”며 “공당의 대표로서 정당의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새 정치’도 ‘큰 정치’도 난망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도 “상처뿐인 결합은 생존을 위한 그들만의 피난처일 뿐이고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고 혹평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소양마저 의심받는 정치인 안철수 대표와 떠나보낸 최측근마저 비판하는 협량한 정치인 유승민 대표의 결합이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거듭 비판했다.

하지만 유승민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3일 국민의당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아 통합개혁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유 대표는 이날 오전 바른정당 광주시당에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광주와 대구라는 이 내륙의 두 도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개혁의 중심이 되면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유 대표가 국민의당 핵심 지지층의 본산인 광주를 찾아 직접 지지를 호소한 것은 호남계가 주축인 국민의당 통합반대파의 예봉을 꺾어 통합개혁신당의 勢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로 읽혀진다.

중도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바른정당의 1년은 대한민국 다당제 정치사의 압축판이다. 수십년 간 거대 양당체제로 운영된 정치지형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으로 인해 다당제로 변화했다”면서도 “하지만 바른정당이 4차례의 크고 작은 탈당으로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아직도 정치인들이 다당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국민의당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라며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중도정치권이라는 ‘제3의 영역’을 개척하는 모험이다”라며 “이들의 통합이 성공을 거둘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의 거대 양당 체제는 무너지고, 다당제가 정착하는 디딤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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