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토종 피자기업 생존을 위한 선처"…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협력업체와의 거래에 가족운영 업체를 끼어넣어 일명 ‘치즈 통행세’를 챙기고 보복출점을 통해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70)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토종 피자기업 생존을 위해 선처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이날 판결에 따라 정 전 회장은 석방됐다.

함께 기소된 정 전 회장의 동생과 MP그룹 대표이사 및 비서실장에게는 무죄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MP그룹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가맹점에 공급하는 치즈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동생 정씨가 운영하는 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가격을 부풀려 무려 57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가로챈 혐의(횡령)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재판부는 “동생 정씨로 하여금 부당이익을 취하게 해 치즈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려우며 공급 가격 역시 정상 형성됐다”고 설명하며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피자연합에 영업을 강제하거나 위법한 보복행위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는 검찰 측이 정 전 회장이 지난 2016년 2월부터 1년 간 가맹점을 탈퇴한 점주들이 치즈를 구입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이들이 신설한 협동조합 인근에 직영점을 개설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한 것에 따른 것이다.

다만 딸 정씨와 사촌형제, 사돈 등 친·인척을 MP그룹 직원으로 허위 취업하게 한 뒤 29억원 상당의 급여를 빼돌린 혐의와 가맹점주들로부터 광고비 집행 용도로 받은 5억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요식업 프랜차이즈로 법률과 윤리를 준수하며 회사를 운영할 사회적 책임을 버리고 부당지원했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정 전 회장이 차명으로 운영한 가맹점에 대한 상표권 7억6000만원을 면제하고 이 가맹점에 파견된 본사 직원들에 대한 급여 14억원을 청구하지 않는 방법으로 회사에 64억6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역시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횡령·배임 피해액 상당부분이 회복됐고, 피고인이 일부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면서 “기울어가는 토종 피자기업을 마지막으로 살리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피고인과 가맹점주에게 피해가 되며, 적잖은 가맹점주가 선처를 구한 점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최종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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