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일 24%로 인하시 금융사각지대 놓인 저신용자 25.8만명
금융계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 위한 공적 서민금융 확대해야”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내달 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 24% 시대가 열린다. 지난해 10월 31일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인하하는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 인해 최대 293만명의 이자부담이 연간 최대 1조1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사각지대는 정부가 풀어야할 새로운 과제가 됐다.

금융 전문가들은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일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그 폭이 크고 최고금리 수준도 상당히 낮아지면서 서민 이자부담 경감, 중금리 신용대출 촉진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면서도 “부실 및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금융회사가 신용평가를 대폭 강화할 경우 저신용층에 대한 자금공급 축소라는 부작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부업 최고금리가 지난 2016년 3월 34.9%에서 27.9%로 인하하면서 대부업 이용자수는 감소한 반면 불법사채 이용자수는 급증했다. 

금융위원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 최고금리가 27.9%로 인하된 해 대부업 이용자는 18만명 감소(268만명→250만명)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불법사채 이용자수는 43만명으로 전년도(33만명)에 비해 무려 30.3%나 증가했다.

2월 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 인하됨에 따라 대부업체 대다수는 신규대출을 축소할 계획이다. 대부금융협회가 3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업체들은 ‘신규대출을 평균 27.5%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자산 규모가 작을수록 신규대출 축소 폭도 컸다. 대출자산 1000억원 이상 업체는 23.1%, 500억원 이상은 52.7%, 500억원 미만은 59.9%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금리 인하시 저축은행과 대부업의 대출문턱을 넘지 못하고 금융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저신용자수는 25만8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가 금융권 저신용자(8~10등급) 배제규모를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과 비은행에서 각각 1만7000명, 24만1000명의 금융소외자가 발생한다. 배제금액은 은행 2조2000억원, 비은행 2조4000억원으로 총 4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융연구원도 최고금리 인하 시 제도권 금융 배제규모가 40~1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도표=뉴시스>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도 지난 11일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범부처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범부처 불법사금융 일제단속 강화 ▲3년간 특례보증 1조원 공급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특례보증은 기존에 24% 초과 금리로 빚진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제도금융 진입이 어려운 저신용자에게는 실효성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류창원 연구위원은 “저신용자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지 않도록 공적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햇살론 등 공적 서민금융상품의 공급을 확대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내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충격을 시장이 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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