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홍보영 기자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가상화폐 투기가 그야말로 광풍 수준으로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열풍의 중심에 선 2030세대는 가상화폐 시세 등락에 일희일비했다.

한참 재능을 꽃피워야 할 나이, 때 이른 취업난에 시달려야 하는 2030세대에게 가상화폐는 생활고를 한방에 날려버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기자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은 가상화폐에 4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단기간에 1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가상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결혼하면서 진 빚을 모두 갚았다. 이런 소문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함께 고생하던 친구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은 청년들은 너나할 것 없이 투기판에 뛰어들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결과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455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연봉으로는 수도권에서 최소 2억원이 훌쩍 넘는 전셋집도 구하기 힘들다.

그나마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9.9%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여기에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합한 체감실업률은 22.7%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상화폐는 흙수저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하고많은 투자 대상 중에 왜 하필 가상화폐일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2030세대에게는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소액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가상화폐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 투기 열풍은 소위 ‘헬조선’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했던 이전 세대와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요즘 세대가 기억하는 청춘의 빛깔은 사뭇 다를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타인의 삶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많이 느끼게 됐다. 월급만으론 집 한채도 마련할 수 없는 팍팍한 현실과 빈부격차에서 오는 상실감이 뒤얽힌 이들에게 가상화폐는 마지막 인생역전 기회였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목표를 세우고 한창 꿈을 키워가야할 젊은세대들이 본업도 포기한채 가상화폐라는 덫에 빠져 삶을 허비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내게 한다.

현 상황에서 적절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가상화폐 규제가 또 다른 사회적 분노와 대립을 양산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정책시행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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