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거래실명제 시행, 은행들 “자금세탁 감시의무 부담” 토로
금융당국 규제강화에 제트캐시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 시세하락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거래실명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이후 가상화폐 시세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도입으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사실상 은행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됐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 중인 국민·기업·농협·신한·광주은행 등 6개 은행 모두 신규계좌 발급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30일부터 시행되지만 은행권이 신규계좌 발급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거래소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6개 은행 모두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전환 이후 신규계좌 발급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기존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실명제 전환 이후 신규계좌를 제공할 여건을 갖췄지만 당장 신규계좌를 발급할지는 미지수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계약을 맺은 기업은행의 경우 당분간 가상화폐 시장의 상황을 지켜본 뒤 신규계좌를 오픈할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빗썸·코인원과 계약을 체결한 농협은행도 30일부터 신규계좌 확대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30일에 신규계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신한은행 역시 가상화폐 거래 신규계좌 발급에 대해 말을 아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거래했던 고객의 경우 실명제 전환을 완료할 것”이라며 “신규계좌 발급을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단계”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광주은행의 경우 아직 계약을 맺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없어 30일부터 서비스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대다수 은행이 거래실명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할지 여부는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신규계좌 발급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데는 정부가 부여한 거래소 관리 의무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는 사설 거래소의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고안된 제도다. 은행들은 거래소 이용자의 입출금 정보를 들여다보면서 자금세탁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일 1000만원 이상 또는 7일간 2000만원 이상 자금을 입출금하는 경우 법인·단체의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입출금 거래는 자금세탁으로 의심 거래유형으로 간주된다. 만일 거래소가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금융거래를 거절함으로써 해당 거래소 계좌를 폐쇄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길이다보니 리스크가 큰데다가 은행에 부여된 거래소의 자금세탁을 방지에 대한 책임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신규계좌 발급에 대한 은행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가상화폐 시세도 하락하고 있다. 26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제트캐시를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졌다. 

26일 오전 10시 20분께 제트캐시는 2.41% 상승한 55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2.38%, 2.87% 하락한 1300만원, 121만8000원에 매매되고 있다. 가장 낙폭이 큰 가상화폐는 리플로 5.24% 떨어진 1500원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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