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예상에도 상생 도모했지만…'해 놓고도 욕먹는 꼴'

세븐일레븐이 막차에 탑승하며, 5대 편의점이 모두 가맹점주를 위한 상생안 발표에 동참하게 됐다.(사진=세븐일레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지난해부터 편의점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키워드는 다름아닌 ‘상생’이다.

최저임금 7530원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로 손꼽히는 편의점 점주들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

지난해 7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 발표 이후 고심이 깊어진 가맹점주들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본사 측은 보다 파격적인 조건과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안을 앞다퉈 내놨다.

편의점 업계 중 가장 먼저 ‘상생’의 키워드를 꺼낸 것은 다름아닌 GS25였다.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안을 발표한지 한달도 채 되지않은 시점에 편의점 업계에서 최초로 상생안을 발표했다.

GS25 본부와 전국 GS25경영주협의회는 지난해 7월 협의회를 열고 2018년 최저임금 인상 등 영업비용 증가에 따른 GS25 가맹점주들의 비용분담 차원에서 매년 최저수입 보장금 및 전기료 지원금 등 750억원에 이르는 직접 지원방안을 포함, 약 1조원(9000억원+α) 가량의 5대 핵심 상생 지원방안에 합의했다.

GS25 측이 점주들에게 제시한 상생안은 ▲최저수입 보장 금액 연간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80% 대폭 인상 등 400억원 직접 지원 ▲심야시간 운영점포 전기료 350억원 직접지원 ▲GS25 점주수익 극대화를 위한 매출 활성화 솔루션 구축비 5000억원 투자 ▲모든 브랜드 편의점 근처 출점 자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CU가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 협약을 맺었지만, 기존 가맹점주들과 잡음이 일고 있는 등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사진=CU)

업계 점유율 상위권을 달리는 GS25의 상생안 발표에 경쟁사인 CU(씨유)의 반응 역시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었을 터. 결국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약 4개월여의 진통을 끝으로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한 상생 협약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GS25보다 한발 늦었던 만큼 보다 통 큰 지원과 혜택이 담긴 상생안을 발표했다.

업계 1위인 CU가 내놓은 상생안의 주된 내용은 ▲연간 800억~900억원씩 5년간 최대 4500억원 지원 ▲물류·전산 시스템에 5년간 6000억원 투자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스태프 케어(care) 기금 조성 등이다.

특히나 가맹점 직접 지원 규모(5년간 4500억원)는 GS25(3750억원)보다 750억원 가량이 더 많으며, 5년 기준 총 1조500억원 플러스 알파(+α)에 이르는 지원 규모는 같은 기간 예정된 GS25의 지원액(9000억원 +α)을 훨씬 웃도는 수치라 눈길을 끌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상생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나선 상황에서 타 브랜드의 경영주들은 남모를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을 터.

이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세븐일레븐이나 미니스톱의 경우 경쟁사의 ‘메머드급’ 상생안 발표에 위축된 상황 속에서 고심 끝에 결국 가맹점주를 위한 상생안을 내놓으며 ‘말 많고 탈 많았던’ 편의점업계 상생안을 매듭지었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업계 5위의 미니스톱이다. 상생협약은 경영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 할 수 있도록 보장제도를 확대하고, 매출을 활성화시켜 경쟁력 있는 점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미니스톱 본사 측은 ▲기존 연 6000만원 한도의 최저수입 보장 규모 7000만원까지 확대 ▲5년간 960억원을 투자하는 ‘가맹점 안심 패키지 제도’ 도입(최저수입보장 지원 확대, 매출 부진점 재기 프로그램 운영, 심야매출 저조점 특별장려금 지원, 긴급 생활자금 제도 운영, 신규점 패스트푸드(fast food) 상품의 폐기 지원 확대, 신규점 창업자금 선지원) 등을 포함한 상생안을 발표하고 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 발전하는 건강한 롤 모델 체인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미니스톱의 발표 후 일주일여만에 결국 경영주협의회와 가맹점과의 지속적인 동반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2018 가맹점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가맹점의 수익 개선과 경영주와의 공존 공영 가치 실현에 초점을 맞춘 7가지의 ‘7大 행복충전 상생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코리아세븐이 내놓은 ‘7大 행복충전 상생 프로그램’은 ▲1000억 규모 상생 펀드 조성 ▲푸드 폐기지원 최대 50% ▲상온·냉장 상품 폐기지원 25% 확대 ▲부진 점포 회생 프로그램 ▲우수 경영주 자녀 채용 우대 및 장학금 지급 ▲우수 아르바이트 채용 우대 및 창업 지원 ▲청결 우수점포 포상 및 가맹점 동반성장 정책 지속 등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마트24 뿐이다. 그러나 이마트24 측은 이미 위드미에서 사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를 위한 ‘3무(無)’정책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상생 협의안을 내놓았던 바 있어 추가적인 상생안 발표는 한동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이마트24가 경영주들을 위해 제시했던 상생안에는 기존 상생의 핵심 전략인 3無(24시간 영업, 로열티, 영업 위약금 無)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본사와 경영주가 수익을 나누는 ‘성과 공유형 편의점’을 통해 경영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다 상세하게는 점포 상품 공급 금액의 1%를 경영주에게 되돌려주는 페이백 제도 도입, 경영주들의 창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오픈 검증 제도’ 시행 등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편의점 업계가 잇따라 상생안을 발표한 시점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인 편의점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5대 편의점 브랜드들이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하면서도 어찌보면 ‘울며 겨자먹기’ 일 수도 있는 상생안을 잇따라 발표한 이유는 가맹점주의 이탈 가능성 때문이다.

보통적으로 5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편의점 업계의 특성상 가맹점주가 보다 지원이 좋은 타 브랜드로 매장을 변경하게 될 경우 브랜드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라는 말이다.

점주의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본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다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가맹점주들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원안을 내놓고도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고심일 수밖에 없는 셈.

업계 관계자는 “CU와 GS25가 가맹점주를 위해 업체로서는 출혈이 예상될 수도 있는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점주들로부터 기존 점주를 무시하고 신규 점포를 위한 지원에만 집중돼 있다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정책을 내놓고 ‘무늬만 상생’을 표방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은 바 있다”고 설명하며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역시 등떠밀리기 식으로 상생안을 발표한 시점에서 상위 2개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지원에 점주들과의 갈등이 예상될 수밖에 없어 상생안을 내놓고도 욕 먹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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