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긴급좌담회 열고 정부·기업 대응방안 모색
최원목 교수 “美LNG 수입중단 및 고관세 부과로 맞불”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및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등 국제공조를 통해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대응방안’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고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정인교 인하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현실적인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향후 열릴 제2차 한미FTA 개정협상을 활용해 미국 측에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조치에 대한 제어장치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기업들은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세이프가드까지 발동하면서 자국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려하고 있다”며 “우리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밖으로는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안으로는 규제개선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최원목 교수는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는 예견된 수순으로 무역구제조치가 향후 제조업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 교수는 “미국 세탁기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오하이오 등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진영이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보호조치를 선사한 셈”이라며 “앞으로 선거정국으로 빠져들수록 무역구제조치가 세탁기를 넘어 가전제품 일반, 제조업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WTO를 통한 해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대응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이 2013년 한국산 가정용대형세탁기에 대해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같은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했고 2016년 9월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판정이행 기한을 넘기면서까지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WTO 소송에서 승소한다해도 미국 측이 또다시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버티면 우리로서는 WTO 승인하에 무역보복을 가하는 방법 등 대안이 별로 없다”면서 “대미 무역보복이 한미 안보협력관계에 미칠 여러가지 부작용을 고려하면 보복만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간 무역분쟁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우리측이 작년부터 수입물량을 자발적으로 늘린 미국산 LNG 수입계약의 이행을 중단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도 제소해 적극적으로 시비를 가려볼 것을 제안했다. 지난 10일 현대제철에 대한 반덤핑조치 재계산 판정 등 우리기업들이 부분 승소하는 사례를 볼때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CIT소송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국·태국·베트남 정부와도 협력해 국제적인 여론형성을 통해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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