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대문구 경찰청서 기자회견…“KT 적폐청산 위해 경찰 엄중수사” 촉구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KT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KT 황창규 회장 및 경영진을 업무상 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KT새노조와 한 시민단체가 황창규 KT 회장 등 경영진을 업무상 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황 회장을 비롯한 KT 임원들은 2016년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자금을 마련해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KT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황 회장 및 경영진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KT가 또 다시 권력과 유착된 불법행위로 인해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KT는 회사공금을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임원들 개인 명의로 국회 정무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황 회장 및 KT 이사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 한 차례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 등에 의해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당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은 마치 황 회장 등을 피해자인양 대하며 지금까지 기소하지 않았다”면서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해관 KT새노조 경영평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이 대외적으론 정치자금법 위반이지만 KT의 공적자금을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또는 국감에서의 증인출석 거부를 위해 사적으로 썼다는 점에서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상품권깡’으로 정치자금을 불법 후원한 것도 가히 엽기적인 방식”이라면서 “임원들이 이를 몰랐을 리 없고, 임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했기 때문에 전원 엄중 수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인 KT새노조·약탈경제반대행동 외에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 관계자도 “사회적으로 가장 추악하고 악질인 범죄는 권력과 결탁한 범죄”라며 “경찰에서 이를 철저히 규명해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에서의 ‘쪼개기 계약’ 후 부당 해고된 염동선 스카이라이프지회장도 ‘적폐청산’에 한 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 말미 염 지회장은 “8개월, 또는 12개월씩 쪼개기 계약 후 현재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상태”라며 “고용부로부터 직고용 명령을 받았지만 KT스카이라이프, 황 회장 이하 임원진은 이를 묵살한 채 국가정책에 반하는 행보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듯 노동적폐의 중심에 있는 황 회장 등 KT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해 청년 및 비정규직이 당당히 설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KT새노조 및 이들은 “회장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거듭되는 ‘권력 유착형’ 경영진의 행태가 바로 KT의 적폐”라며 “경찰은 황 회장 등과 관련한 임원 및 국회의원 전원을 수사해 KT의 오랜 적폐를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T의 불법 정치자금 후원과 관련해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KT의 경기도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불법 기부금이 통신 관련 예산·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및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KT는 소위 ‘상품권깡’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한 뒤 임원 수십 명의 명의로 평균 200~300만원씩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

KT 측은 현재 공식적인 입장 표명 없이 말을 아끼고 있다. KT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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