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최혜진 기자]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44·사법연수원 30기)가 5일 과거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me too)’ 운동에 동참했다.

임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를 통해 2003년 5월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근무할 당시 자신의 직속상사인 A부장검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집까지 바래다준 A부장이 ‘물을 달라’고 해 만취한 정신에 안이한 생각으로 물을 주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컹한 혀에 술이 확 깼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다”라며 “A부장이 내 오른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임 검사, 괜찮아’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임 검사는 당시 수석검사를 통해 A부장의 사표 제출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당시 지청장에게 찾아가 “주거침입 및 강간미수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강력 항의한 뒤에야 A부장의 사표가 받아들여졌다고 폭로했다.

임 검사는 또 2년 뒤인 2005년 부산지검에 근무할 당시에도 성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임 검사의 부장검사가 전관 출신 변호사가 주최한 저녁 자리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며 “성매매 전담 업무를 맡았던 B 부장검사는 2차 술자리 직후 성매매를 갔다”고 말했다.

이에 임 검사는 “상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부산지검에서 왜 감찰을 착수하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검사는 두 차례 성 관련 피해를 겪은 이후부터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광주지검으로 발령 난 직후 수사 지휘권이 없는 공판부에 배치됐다.

임 검사는 이 같은 인사 조치를 두고 “‘부장에게 꼬리치다가 뒷통수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는 풍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검사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피해 회복 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의 (조사단장)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여검사 모임에서 과거 성 관련 피해 사실을 여검사 커뮤니티의 리더였던 조 지검장에게 털어놨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검사는 “(당시) 무언가 조치를 해주셨다면 지난 2010년 서 검사의 불행한 강제추행 피해가 없었거나 최소 피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즉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라며 "이것이 조 단장님의 조사단장 자격에 제가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직장 내 성폭력이 왜 지금껏 덮엿는지에 대해 조 단장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