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후순위채 발행 등 추가 자본확충 피력
산은, 경영난·보험업황 부진에 인수자찾기 난관

KDB생명 본사.<사진=KDB생명>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KDB생명보험이 과연 경영정상화에 성공해 새주인을 맞을 수 있을까? 경영난에 시달리던 KDB생명이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도움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지만 경영정상화의 길은 여전히 까마득한 상황이다.

2021년 도입예정인 IFRS17(새 국제회계기준)에 충족하려면 자본금 추가확충이 필요한데다 2년째 지속돼온 KDB생명의 적자행진을 끊어낼 뾰족한 대안도 없는 실정이다. KDB생명 회생을 위해 이미 1조원 이상을 투입한 산업은행으로서는 매각시기를 서두르고 싶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한 KDB생명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KDB생명, 유상증자로 경영정상화 발판 마련?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달말 산업은행으로부터 304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아 고비를 또 다시 넘겼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말 지급여력비율(RBC)은 116.18%로 국내 보험업계 최저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KDB생명에 RBC를 150%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지시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여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최근 금융당국은 IFRS17에 대비해 보험사들의 자본금 확충과 부채평가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KDB생명은 이번 유상증자로 금감원의 요구사항을 이행했지만 향후에도 자본여력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KDB생명은 지난해 10월말 기준 1297억원의 결손금을 떠안고 있다. 결손금은 기업의 경영활동결과 순자산이 오히려 감소할 경우 감소분을 누적해 기록한 금액이다. 여기에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실적부진은 재정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 2016년 102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지난해에도 9월 기준(누적) 5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실적도 초라했다. KDB생명의 지난해 10월 기준 퇴직연금 수입보험료는 2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72% 감소했다. 10월 한달동안 효력상실해지 금액은 1342억원에 달했다.

내년 만기되는 회사채 1000억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2360억원의 회사채(무보증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이중 1000억원이 내년 9월 만기도래한다.

사실 IFRS17 도입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생보업계 영업환경은 악화되는 추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0.7% 감소했다. 특히 일반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부채부담 및 자본변동성 증가 우려로 전년동기 대비 7.9% 줄었다. 올해는 보장성보험(2.8%)과 변액저축성보험(6.2%) 증가로 생보사 수입보험료가 0.3% 증가할 전망이지만 저축성보험 감소(-7.0)세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어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이 낮은 보험사들이 직격탄을 입을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매도가능 채권가치가 하락하고 가용자본 감소로 RBC비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KDB생명은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자금숨통이 트인 만큼 향후 단계별 추가자본확충 계획을 이행해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3000억원 유상증자로 RBC가 150%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상반기에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해 RBC를 200%까지 끌어올릴 예정으로 발행규모는 시장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KDB생명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상품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 보장성상품 집중 판매 등 전사적으로 혁신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직원 230명 구조조정과 영업지점 40% 감축, 직원 임금동결, 자사주 매입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했다.

산은, 보험업황 부진에 매각시기 ‘고심’

KDB생명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산업은행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후 2014년 2차례, 2016년 1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와 유상증자 등으로 이미 1조원 이상을 투입한 상태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이 생보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KDB생명을 자칫 헐값에 매각할 경우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지만 1조 6000억원 규모의 손실발생으로 ‘헐값매각’ 논란이 일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 매각시기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며 “KDB생명의 경우 회사 재정상황이 나쁘고 보험업황도 좋지 않아 시장에서 과연 팔릴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 일단 회사 재정을 튼튼하게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산업은행이 KDB생명 신임 사장에 정재욱 세종대 교수를 내정한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정 내정자가 현장실무 경험이 없는 학자출신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 이동걸 회장과 금융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 탓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산업은행 측은 “정 교수는 학계에 오래 있었고 특히 IFRS(국제회계기준) 전문가로 꼽힌다”며 “보험사 사외이사 등 경영에도 참여한 적이 있어 KDB생명을 이끄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정 내정자는 미국 조지아 주립대 및 위스콘신대에서 금융보험학을 전공했으며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9년 생보사 상장 1차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고 LIG손보·하나HSBC생보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KDB생명은 이달 21일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정 신임 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KDB생명이 신임 사장 선임과 자본여력 개선을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경영악화로 또다시 산업은행에 손을 벌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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