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들끓고 있다.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부장판사의 특별감사와 파면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이 발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의 구속을 임의로 풀어준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판결로부터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6일 오전 11시 현재 6만8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마감일인 3월 7일까지 2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면 청와대는 담당부처 장관이 답변을 하도록 해야 한다.

청원 글 게시자는 “국민의 상식을 무시하고 정의와 국민을 무시하고 기업에 읊조리며 부정한 판결을 하는 이러한 부정직한 판결을 하는 판사에 대해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 글에 동의를 표명한 다수의 누리꾼들 역시 “유전무죄의 표본을 보여주는 엉터리 판결이다”, “아직도 국민을 개 돼지로 알고 무시하는 이런 판결에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이렇게 말도 안되는 판결이 어디 있습니까?”, 돈 앞에서 무너지는 법원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의 격한 분노를 표했다.

이밖에도 ‘정 판사의 파면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청원 글이 계속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되고 있다.

정 판사를 향한 일반 시민들의 비난의 목소리도 쇄도했다.

변호사 최모(30·여)씨는 “집행유예가 나올지 몰랐다”며 “판사는 소신 판결이라고 자신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1심에서 인정됐던 경영권 승계 현안, 부정청탁 등도 인정하지 않는 걸 보니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36)씨는 “부익부 빈익빈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서민은 라면 몇 개만 훔쳐도 실형 선고받고 감옥 가는데 재벌은 더 큰 죄를 저지르고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최모(26.여)씨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었다”면서 “검찰 내 성추행 등 사법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제로인 상태다. 법관 선출 제도부터 싹 갈아엎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 등이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제공했으며, 책임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2)씨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 판사(사법연수원 17기)는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가정법원 판사,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2015년 법관평가’에서 정 판사는 95점 이상을 받은 우수 법관 8명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 판사는 2013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여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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