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 사건 유가족 "마녀사냥식 처벌 원치 않지만 누구의 책임인지는 따져 봐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4명의 신생아를 연달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참석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병원의 과도한 영리추구 행위와 감염관리의 실패에 있다”고 단언하며 병원과 의료진의 책임을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 사건의 원인을 의료계 시스템 문제로 돌리는 의료계의 태도에도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들은 7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강창일·인재근 의원이 주최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집단사망사건, 무엇인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유가족 A씨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계가 주장하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병원의 감염관리 실패”라고 강조했다.

A씨는 “사망하기 전날에도 의료진은 4명의 아이 모두 이상이 없다고 얘기했다”면서 “멀쩡했던 아이들이 갑자기 숨진 것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이고 오염된 신생아실 환경에서 아기에게 투여됐던 스모프리피드(영양주사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대목동병원이 스모프리피드를 500ml만 구비해 아기들에게 나눠 투약해 허위청구를 해왔던 점, 각종 균이 서식하는 싱크대가 멸균 지역인 NICU에 있는 점도 사고 발단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면서 “결국 어른들의 돈 욕심에 아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환자의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인재”라고 질타했다.

유가족 B씨도 이대목동병원의 부실한 대처와 안일한 태도를 폭로하며 병원의 무책임을 성토했다.

B씨는 “병원은 처음부터 패혈증 신호를 보이는 아이들을 무시했다”면서 “아이들 모두 사망하기 전 패혈증 사인이 나타났다. 아이의 심박수가 230까지 올라갔다는 간호기록지도 확인했다.너무 불안해 점심 면회 때 면회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시간이 종료돼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당 전공의가 오후 5시가 넘어 수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했고 20분 뒤 도착했을 때 이미 아이는 심정지 상태였다. 담당 교수는 6시가 넘어서 나타났다”면서 “왜 그렇게 아이들을 방치했는지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대목동병원은 당시 전공의 5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해 남은 2명의 전공의가 모든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전공의만 비난할 생각은 없고 병원이 책임져야 한다”라며 “패혈증을 처치할 의사도 없으면서 아이들을 방치한 것은 관리부실을 넘어 도덕적 해이로 보인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가족 대표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시스템 문제로 단정 짓는 의료계의 행태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A씨는 “현재 의료계가 인력부족과 저수가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박하지 않겠지만 이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시스템 문제라면 다른 병원에서는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의료시스템 문제가 눈에 보이고 개선하고 싶겠지만 사망 원일을 시스템 문제로만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대한민국 어떤 직업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으로 마녀사냥식의 처벌은 원치 않지만, 책임의 소재는 명확히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녀사냥식 병원·의료진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의 책임인지는 따져봐야겠다"며 "그래야 죽어서라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앞으로 아기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관련 문제 개선 등에 힘쓸 예정이다.

이들은 “사망한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관련 제도와 정책, 법률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이러한 비극을 막을 수 있도록 문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