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의원 “삼성 차명계좌 97.8% 금융실명제 이후 개설”
삼성증권 918개, 재벌총수 금융계열사 사금고 규제 시급

<자료제공:박찬대 의원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대부분이 금융실명제 이후에 만들어졌으며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이 사금고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 차명계좌 총 1229개의 연도별·증권회사별 계좌 개설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97.8%가 모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는 918개에 달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현재까지 파악한 이건희 차명계좌는 총 1229개로 증권계좌는 1133개, 은행계좌는 96개였다. 전체 1133개 증권계좌 중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가 918개로 압도적이었다.

조준웅 삼성특검이 발견한 계좌가 1197개, 금감원이 차명계좌를 일제 검사하면서 추가로 발견한 계좌가 32개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계좌는 27개(증권계좌), 이후에 개설된 계좌는 1202개(증권계좌 1106개 은행계좌 96개)로 대부분이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에 만들어졌다.

제재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계좌는 1021개(특검 발견 제재 계좌 989개, 금감원 발견 제재 계좌 32개)였고 미제재 계좌가 208개(모두 특검 발견 계좌)였다. 미제재 계좌 총208개 중 176개가 증권계좌였다. 이들 계좌는 대부분 삼성증권에 개설됐고 주로 금융실명제 이후에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발견한 32개 계좌 역시 모두 증권계좌로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개설됐다. 1개를 제외한 나머지 31개 계좌가 모두 삼성증권에 개설됐다.

삼성증권은 특검 제제 증권계좌 925개 중 725개(78.4%), 특검 미제재 증권계좌 176개 중 162개(92.0%), 금감원 발견 제재 계좌 32개 중 31개(96.9%)를 차지하는 등 범주를 가리지 않고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 운용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박찬대 의원은 “이번에 드러난 이건희 차명계좌 대부분이 금융실명제 이후에 개설됐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준법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며 “특히 삼성증권은 이건희 차명재산의 관리를 위한 충실한 ‘사금고’로 기능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금융실명제의 악의적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재벌총수가 계열 금융회사를 차명재산 운용을 위한 사금고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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