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은행 모두 제3의 감시부서 및 내부비리 신고제도 운영
정치·금융권, 비리 온실 ‘채용시스템’ 개선 한 목소리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은행권이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연루자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11개 은행의 채용시스템에 대해 두차례 현장검사를 벌여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5개은행에서 채용비리 22건을 적발했다. 반면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공정한 채용시스템으로 화마를 피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채용절차에 대한 철저한 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이번 금융당국의 현장검사에서 제외됐다.
두 은행은 각각 영국과 미국 본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은행으로 선진화된 업무체계와 제3의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 SC제일은행은 청탁요청이 없는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채용과정과 관련해 철저한 사전·사후 검증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먼저 인사부서가 블라인드 면접에서 합격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은행 임직원이나 공직자, 정치인 등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확인한다. 여기서 이해관계가 의심되는 후보자가 발견되면 제3의 부서에서 추가 점검을 실시한다. 최종 합격자 발표 이후에도 검증부서가 채용 전 과정의 적정성 여부를 무작위로 샘플링(sampling)해 검사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강력한 상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직원이 익명으로 비리를 신고할 수 있도록 내부신고 제도를 상시 운영하고 있는 점도 채용비리 방지의 특효약”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채용 청탁 연루자들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만일 청탁 사례가 적발되면 관련자들은 최대 면직에 이르는 엄중한 징계를 받는다”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행동강령, 이해상충방지 등 정기적인 교육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씨티은행 역시 채용분야를 포함한 인사업무에 대해 대주주 검사(Internal Audit)를 정기·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 윤리강령에는 공평한 고용기회 제공과 부정청탁 금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구체적으로 대주주 검사를 비롯해 내부비리에 대한 신고 절차를 마련해 시행중이며 부패 방지 고용절차 연수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금감원 조사결과 채용비리에 연루된 국내 은행들의 경우 검증시스템의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채용비리와 관련 내부규정이 없어 채용비리 관련자들을 처벌한 근거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외부 견제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일부 은행의 경우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견제기능을 담당해야 할 노동조합이 오히려 사측과 결탁하는 경우도 있다”며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처럼 노동조합을 비롯한 외부 감시기능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채용비리 사태를 계기로 금융·정치권에서도 투명한 채용제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9일 전형별 데이터를 공식화하고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제3의 채용심사위원회를 의무 운영토록 하는 ‘금수저 부정채용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온·오프라인으로 ‘금융회사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운영중이다. 신고 내용은 금감원 감찰실과 관련 검사 부서에서만 조회·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고인 신분 비밀을 보장할 방침이다. 아울러 보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채용실태 검사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정한 채용제도의 모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