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며 부인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며 내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사죄했다.

그는 “과거 극단 단원들이 성추행 문제로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지만 번번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큰 죄를 짓게 됐다. 나쁜 짓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면서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고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씨는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SNS에 올라온 글 중에는 가운데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면서 “법적 절차에 따라 사실을 가린 뒤 그 결과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처벌) 받겠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성추행 논란은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의 폭로로 촉발됐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여관에서 이 연출로부터 안마 요구를 받은 뒤 성추행을 당했다고 썼다.

이어 과거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는 배우 A씨는 1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밀양과 부산에서 이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이윤택씨로부터 2001년 열아홉살, 극단을 나온 2002년 스무살 이렇게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다”며 “(앞서 성추행 고발자들이 말했던) 물수건으로 나체 닦기, 차 이동시 유사 성행위, 성기와 그 주변 마사지 등은 모두 제가 동일한 수법으로 겪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라는 피해자 이후에도 전혀 반성이 없이 십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저에게 일어났던 일을 폭로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면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이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 밀양연극촌 등에서 맡고 있던 예술 감독직에서 모두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한국극작가협회는 18일 이씨를 회원에서 제명했고 한국여성연극협회도 이날 ‘이윤택의 야만적 상습 폭행을 묵과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연극인 이윤택씨의 상습 성폭행, 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한편 이씨는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연출가다. 지난 1986년 부산에서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하고 연극 ‘오구’, ‘길 떠나는 가족’, ‘문제적 인간 연산’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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