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업계 "세금 부담 등 무시한 채 유통구조만 지적하는 현실 안타까워"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와인은 병당 최소 1만원대부터 비싸게는 10만원대 이상의 가격으로 책정돼있다.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된 까닭에 와인 시장이 보다 대중화되고, 전체 수입 규모가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주류시장에서 와인이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상황 속에서 시중에서 판매 중인 수입 와인이 원가 대비 최대 11배나 높게 판매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소비자원의 분석과는 달리 실제 주류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된 본질은 무시한 채 유통구조의 문제점만 지적한 단편적인 결과”라고 꼬집고 나서는 실정이다.

19일 한국소비자원은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1년간 수입 와인의 평균 수입가격 대비 판매가격을 살펴본 결과 레드와인은 평균 11.4배, 화이트와인은 평균 9.8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조사를 담당한 소비자원 시장조사국 FTA소비자권익증진팀에 따르면 해당 자료는 실제 2주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를 비롯한 소매점을 방문해 주요 수입 와인으로 손꼽히는 제품(레드와인 72개, 화이트와인 32개)의 가격을 조사한 뒤 평균을 낸 가격과 수입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레드와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5만9806원에 판매되고 있었으며, 화이트와인의 경우 4만1689원에 판매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관세나 주세 등의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수입 원가는 평균적으로 각각 5283원과 4282원이었다.

소비자원 측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주요 수입가공식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생수는 6.6배, 맥주는 6.5배, 오렌지주스는 2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는데, 와인의 경우 다른 수입 품목 대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세금 외에도 운송 및 보관료, 임대료 및 수수료, 판매 촉진비, 유통마진 등의 유통비용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와 관련해서는 “중소수입사들의 시장참여 확대 등 가격경쟁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관계 부처에 관련 내용을 건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주류업계에서는 “정부는 관세가 철폐됐다고만 홍보하지 수입와인에 붙는 세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비교 대상인 다른 품목들과는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이 다른 상황인데 이는 명확히 하지 않고 유통구조에 대해서만 개선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유통업자가 모든 이윤을 남긴다고 말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나서는 실정이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EU를 비롯해 미국과 칠레산 와인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 과거에는 기본세율 30%가 적용됐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입 와인에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세금이 적용된다.

주세의 경우 수입원가의 30%로 책정된다. 여기에 주세의 10%가 교육세로 추가되며, 수입원가와 주세, 교육세가 더해진 금액의 10%가 또 다시 부가가치세로 추가된다. 문제는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종가세 방식이라는 것인데, 와인의 경우 가뭄이나 홍수, 산불 등 산지의 기상·기후상태 등에 가격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대표적인 품목 중 하나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와인 업계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입원가에 맞춰 계속해서 판매가를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세금 인상에 따른 손해가 없을 수준의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류 업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와인의 경우 개인이 수입해 유통·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영세한 수입업체가 많다는 점 또한 부풀려진 가격을 형성하는데 크게 한 몫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와인 업계 관계자는 “와인의 경우 칠레,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호주, 스페인, 독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 너무나도 다양한 국가에서 매년 수만 가지의 브랜드가 출시될 정도”라고 설명하며 “대형 유통업체나 주류업체 등에서 인기 브랜드 제품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경우에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율에 걸맞은 소비자가격이 나올 수 있지만, 재고부담 및 보관비용 등을 떠안아야 하는 영세한 수입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마진을 많이 남길 수밖에 없고 이에 소비자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입맥주의 경우 유통마진을 최소화하고 다량으로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와인은 수입되는 브랜드가 너무 다양하고 아직까지는 맥주 등에 비해 대중적이지 못한 상황이라 수입맥주와 같은 박리다매 판매방식을 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으며 “와인업계가 마치 저렴한 상품을 가져다가 높은 마진을 남기는 악덕 수입사로 비춰질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수입주류의 복잡한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주류수입업 이외의 제조업, 유통업과 판매업 등 다른 업종 겸업을 금지한 규정과 수입주류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을 폐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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