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방한’…“한국서 사업 지속, 경영상황 개선 노력”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여야 원내지도부와 포토타임을 마친 뒤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올해 세 번째 한국을 찾은 배리 앵글 GM(제너럴모터스) 총괄 부사장 및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13일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하는 등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운영이 불가능하다”며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공장 폐쇄로 약 1만3000여명이 실직 위험에 처할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는 지역경제로의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앵글 사장마저 군산공장에 대해선 ‘회생 불가’ 입장을 내놔 한동안 군산공장 폐쇄 후폭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앵글 사장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과 만나 한국GM 회생계획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이미 두 차례 방한에서 자금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앵글 사장은 이번 방한에서도 한국 정부의 지원 및 협조를 요구했다.

앵글 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GM의 입장은 한국에 남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지난 1~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군산공장)생산라인 수익성이 계속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변화와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변화와 해결의 방안은 신차 투입 계획 등”이라며 “신차 투입이 이뤄진다면 한국 자동차시장뿐 아니라 경제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고 (GM은) 수십만개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앵글 사장은 이번 면담에서 “신차 두 종을 부평, 창원공장에 각각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신차 배치의 선제조건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한 한국에서의 ‘완전 철수설’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얻지 못할 경우, 완전 철수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한국에서의 사업을 개선해 지속하고 이를 통해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논의를 통해 고무됐고, 모두 함께 이뤄낼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확신을 갖는다”고 에둘러 답할 뿐이었다.

여야 원내지도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앵글 사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경영상황을 개선을 위해 자구 계획안을 준비했다”며 “여기에는 투자 계획은 물론 지난주 있었던 구조조정 발표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런 계획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의 협조와 지원을 바란다”며 “정부와의 논의사항에 대해 구체적 사항을 말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곧 기회가 있을 것이고 GM은 스스로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앵글 사장은 폐쇄 조치된 군산공장에 대해 “공장 인수 희망자가 있다면 적극 협상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상 ‘군산공장 재가동’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앵글 사장이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겠단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GM이 국내에서 ‘완전 철수’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앞서 GM이 호주, 인도 등 수익성이 떨어진 시장에서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 그 배경이다. 일단 업계는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 속 다음 달로 예정된 GM의 신차 배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스파크 후속모델로 한국GM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젝트명 ‘M2-2’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프로젝트명 ‘9BUX’ 등 2개 차종이 신차 배정 물망에 올라있으나, 아직 확실하진 않다. 한국GM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26만 군산시민은 물론 전북경제가 파탄 날 지경”이라며 “신차물량, 수출물량에 관한 GM의 구체적이고 연차적 계획이 있어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국GM의 경영실사와 경영정상화 계획을 보고 지원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날 앵글 사장을 만난 홍영표 민주당 한국GM 대책 TF 위원장도 “한국GM은 고용문제, 지역경제, 자동산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TF는 미국본사와 한국GM간 불평등한 구조개선, 구체적 생산물량, 투자계획이 전제된다면 법과 기준에 따라 정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진행할 한국GM 경영실사를 두고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은이 주주로서 경영부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GM이 이번 사태를 산은과의 협의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다”며 “정부도 GM의 ‘먹튀 논란’에 대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지만 산은 또한 2대 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GM과 산은은 실사시기와 실사를 위한 회계법인 선정, 자료 제공의 범위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실사가 시작되면 최소 3개월 이상은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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