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임기 만료 사내이사 연임 않기로…“글로벌 시장서 GIO 직무 전념”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1999년 네이버 창업 이후 19년만이다.

27일 회사 측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 GIO와 이종우 숙명여대 교수가 이사직을 연임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새 사내·외 이사 후보로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 이인무 카이스트 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그동안 이사회 멤버로 활동을 해온 이 GIO와 이 교수의 임기는 다음달 19일 끝난다.

네이버는 “이 GIO는 지난해 3월부터 글로벌 투자 및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등기이사로서의 역할만을 해왔다”며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GIO로서의 직무에 더욱 전념하기 위해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직도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이사직 사임을 두고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동일인) 지정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네이버는 창사 후 처음으로 준(準) 대기업 격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며 이 GIO가 총수로 지정됐다.

이 GIO는 자신의 네이버 지분이 5% 미만인데다 ‘자신은 회사를 지배하지 않는다’며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소액 주주가 많은 네이버에서 이 GIO의 지분(4.31%)이 작다고 볼 수 없고, 그가 네이버의 개인 최대 주주이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만큼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총수로 지정되면 자신과 친족이 소유하는 기업에 ‘일자리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등 법적 책임이 종전보다 무거워진다. 이런 배경에서 이 GIO가 이참에 이사회에서도 완전히 발을 빼 ‘자신이 기업지배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는 오는 9월 공정위의 기업집단·동일인 지정 심사에서 네이버가 총수 지정 해제를 재요청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GIO의 후임 사내이사로 추천된 최인혁 네이버 비즈니스위원회 리더는 네이버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이후 개발경영진을 역임했다. 네이버 서비스 본부장, NAVER I&S 서비스운영 본부장, 해피빈재단 대표 등을 거친 그는 서비스 운영과 비지니스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네이버 측은 밝혔다.

새 사외이사 후보인 이인무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학, 싱가폴 국립대 부교수로 활동하고, 카이스트에서 재무 분야를 연구해 왔다. 미국 투자회사인 Dimensional Fund Advisors 부사장직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은행 외화자산운용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기업재무 및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네이버 신규 사내·외 이사 후보는 다음달 23일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은 후 최종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

주주총회의 최종승인을 받게 되면 네이버 이사회는 변대규 의장을 비롯해 사내이사로 한성숙 대표, 최인혁 리더, 사외이사로 김수욱 교수, 정의종 변호사, 홍준표 교수, 이인무 교수 등 총 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네이버는 사내·외 이사 선임은 물론,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 규정 변경 등 안건을 다룬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 증가한 1조179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6785억원으로 16.3% 늘었으며, 당기순이익은 1.5% 늘어난 7701억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