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후락 vs 제2의 박철언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의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특사로 서훈 국정원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의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특사로 서훈 국정원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 10시부터 3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시 논의했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 김여정 특사의 답방 형식으로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북한의 특사 및 고위급 대표단 방한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를 가졌으며 양국 정상은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이를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특사가 누가 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단 서훈 국정원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원장은 얼마 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비공개 만찬에 이어 이튿날 공개 조찬까지 참석하는 등 남북 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과거의 대북특사들이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장과 안기부장 출신들이 대세였기 때문에 서 국정원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역대 대북특사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다. 이 전 부장은 1972년 평양에서 김일성 수상과 만나 7·4 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 낸 주역이다. ‘자주·평화·민족 대단결’이라는 조국 통일의 3원칙을 합의ㆍ발표하는 데 성공했다. 5공화국도 전두환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북으로 보냈다.
 
반면 6공화국은 안기부장이 아닌 노태우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장관을 대북특사로 파견했다. 박 전 장관은 노태우 정부의 ‘민족 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특별선언’, 즉 ‘7·7 특별선언’을 발표하기 전에 북한 측과 사전 조율을 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특사도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종석 실장은 현 정부의 최고 실세로 알려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밀접한 자리인 비서실장으로 지난 번 김여정 대북특사의 방한 마지막 날 북한 고위급대표단과의 환송만찬을 가졌다.
 
임종석 실장은 이 자리에서 김여정 특사에게 건배사를 요청했고, 이에 김 특사는 “하나 되는 그 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훈 국정원장과 임종석 비서실장 중 한 명을 대북특사로 파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제2의 이후락'과 '제2의 박철언' 중 누구를 선택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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