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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채용비리 쏟아져도 정작 법망은 ‘허술’
경제부 홍보영 기자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채용비리가 대거 적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비리 연루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나 허탈감을 안겨준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하나은행 13건, 국민은행 3건, 대구은행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 등 5개 은행에서 총 2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 대검찰청이 금감원 조사 자료를 관할 지방검찰청에 배당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지검은 지난달 28일 박재경 BNK금융지주 사장과 강동주 BNK저축은행 대표이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장안호 부문장 등 전현직 임직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장 부문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상태다.

이번 은행 채용비리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만연해 왔던 ‘학벌주의’, ‘금수저’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소위 ‘스카이’ 대학교 출신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부정합격자들을 대신해 탈락한 청년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또 다시 험난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녀를 부정합격 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민심에 불을 지폈다. 그럼에도 대부분 은행은 “채용비리의 핵심인 청탁 여부가 전무하다”며 채용비리 사실을 전면부인했다.

은행들의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믿을 구석이 있어서다. 현행법상 업무방해죄 말고는 채용비리 연루자를 형사처분할 법적장치가 없기 때문.

그런데 이 업무방해죄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한 변호사는 “금전적인 대가가 없다고 전제했을 때 면접관이 상부로부터 전달받은 부당 채용지시를 그대로 이행했을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채용 실무자가 사장의 부당지시를 이해한 채로 지시를 따르면 ‘공모’에 해당돼 사장의 처벌이 불가하다.

형법 314조에 따르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사장이 부당채용 과정에서 채용 실무자를 속이거나 자유의지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해야 한다.

은행의 자정작용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채용비리 발생 시 부정 합격자의 처리에 관한 내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투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와 금융당국, 은행이 일심으로 부정 합격자 및 채용비리 연루자 처리 규정과 피해자 구제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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