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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일부 물류업계에서 택배 업종 구직자들을 상대로 한 지입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기업 택배업체를 사칭해 고수익을 미끼로 구직자를 면접에 끌어들여 계약을 맺은 뒤 차 값을 부풀리거나 불필요한 개조 비용을 내게 해 과도한 빚을 지우는 경우다.

택배기사 김모(35)씨는 몇 달 전, 한 아르바이트 포털에 올라온 구인광고에 솔깃했다.

대기업 택배업체 A사가 신입사원을 모집하는데 ‘월 450만원 급여와 오후 6시 퇴근'이라는 근무조건을 제시했기 때문. 특히 ‘면접은 본사에서만 진행합니다’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어 직접 채용하는 택배회사의 구인광고로 여겼다.

하지만 김씨가 안내에 따라 방문한 곳은 A사가 아닌 B물류회사였다. 구인광고의 근무조건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는 “못 벌어도 300만원, 잘 버는 사람은 600만원 이상은 벌 수 있다. 대신 1500만원짜리 트럭을 사야 하고 냉동 탑차로 개조하는 비용 1200만원까지 2700만원이 필요하다는 직원의 말을 들었다”며 면접에 대한 경험담을 공개했다.

이어 “회사 직원이 빼곡히 쓰여 있는 계약서를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읽고 넘어가, 상세히 살펴볼 겨를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하게 됐고 모자란 돈은 회사에서 알선해 준 캐피탈 회사에서 빌렸다”며 “일을 하면서 너무 비싼 값에 차를 샀고 굳이 냉동 탑차로 개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욱이 개조비용 1200만원 중 500만원 이상이 회사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떼 가는 수수료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가 B물류회사 꼬드김에 넘어가 고가로 구입한 차는 택배 용도로 쓰기 어려울 뿐 더러 주유비 부담마저 컸다.

그는 “신선제품의 경우 얼음포장이 된 상태로 배송되니 냉동 탑차가 필요없었다”며 “냉동 기능을 위한 부품이 상당한 부피를 차지해 적재량이 적어졌으며 차량 무게가 무거워져 유류비도 더 늘어나게 됐다”고 푸념했다.

이런 수법에 당한 것은 김씨 뿐이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입차(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 차량) 사기 피해’ 글을 올린 익명의 한 네티즌 역시 ‘월 400~500만원 보장, 오후 6시 퇴근…’라는 택배기사 채용광고를 보고 면접에 임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 네티즌은 “대기업 택배업체를 내세워 택배기사를 모집한 C물류회사로부터 일자리 알선 명목으로 대출을 끼고 2600만원 상당의 화물차(냉동 탑차 개조비용 1000만원 포함)를 구입했다”며 “하지만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물류회사 직원 말은 사실과 달랐고 업무추진비 등의 여러 이유로 수수료를 떼가는 바람에 수백만원의 금전 손실을 봐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영업용 번호판을 준다며 기사를 채용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물류업체들의 횡포도 허다하다.

김씨는 “계약 당시에는 '노란색 번호판'을 주기로 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영업용 번호판을 달려면 기본 1~2년은 일 해야 한다’고 말을 바꾸며 번호판을 주지 않았다”며 “결국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받지 않은 흰색 번호판을 달고 택배 운송을 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택배 운송은 노란색 번호판을 부착한 영업용 차량만 가능하다. 영업용 번호판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영업용 넘버를 웃돈을 주고 사거나 영업용 번호판을 임대해야 하는데 사실상 이 비용마저 택배기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박대희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은 온라인 광고를 보고 김씨처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새 차를 뽑아도 적재공간을 손보는 공임비를 따지면 2000만원 이하로 충분한 수준인데 냉동탑차는 공임비가 더 들어가다보니 회사가 중간에서 돈을 남기려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인광고 자체도 (택배회사인 것처럼 사칭했다면) 허위광고에 속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구인광고에 적힌 임금이나 노무관계, 노동시간 등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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