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장학재단 이사장 찍고 길사랑장학재단 대표이사로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한국도로공사(도공)의 퇴직 임직원 ‘보은 인사’가 드러났다. 채용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공기업의 투명성이 강조된 상황에서도 전관예우 차원의 낙하산 인사를 이어간 것이다.

6일 취재결과 도공 산하 장학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도공 부사장들이 퇴직 후 장학재단 출자 사업단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자리를 대물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카르텔이 의심되는 곳은 한국도로공사가 기금의 88%를 출연한 고속도로장학재단과 해당 재단이 65%를 출자해 설립한 영리기업 길사랑장학사업단이다.

고속도로장학재단은 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재난을 당한 이들을 위해 설립됐다. 출자회사인 길사랑장학사업단(구 위더스)에서 매년 배당금 및 기부금을 수령해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길사랑장학사업단은 장학사업지원, 하이패스관련사업, 카드결재대행(VAN)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밀접한 관계 탓일까. 고속도로장학재단 이사장을 거친 대부분의 도공 부사장은 퇴직 후 길사랑장학사업단에서 사실상 ‘정년 연장’을 실현했다.

실제로 2002년 고속도로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은 최태희 당시 도공 부사장은 2004년 이사장 자리를 정해수 부사장에게 넘기고 본인은 길사랑장학사업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정해수 부사장 역시 2007년 백석봉 부사장에게 바통을 넘기고 길사랑장학사업단으로 향했다. 2010년 길사랑장학사업단 대표로 간 최봉환 부사장은 이듬해부터 2014년까지 고속도로장학재단 이사장을 겸하기도 했다. 2014년 이사장을 맡은 박권제 부사장은 2016년 길사랑장학사업단 대표이사를 차지했다. 지난해 고속도로장학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신재상 부사장은 올해 길사랑장학사업단을 맡았다.

이러한 재취업 구조가 계속된다면 현재 고속도로장학재단 이사장인 김광수 부사장 역시 차기 길사랑장학사업단 대표이사를 맡을 확률이 높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장학재단은 직접 출연한 곳이지만 길사랑장학사업단은 장학재단이 출자해 설립한 곳으로 별도 관리 의무가 없는 사실상 사기업”이라며 “역대 부사장들이 대표이사로 간 것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공사에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사장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강래 전 국회의원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상급 기관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이강래 사장은 김 장관과 민주당에서 함께 활동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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