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일제약, 시장조사 핑계로 리베이트 제공

지난해 11월부터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현직 의사와 약사 등이 구속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2일, ‘시장조사’라는 탈법적 방법으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일제약 대표와 도매업체 대표, 현직 의사와 약사 등 200여명을 무더기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리베이트 전담 수사 결과 첫 구속 사례가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처벌 수위에 가장 먼저 관심이 집중됐다.

 

   
 

2010년 11월 28일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의약품의 처방이나 사용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할 경우 이전에 주는 쪽(제약회사, 의약품 도매상 등)만 처벌하던 것에서, 받는 쪽(의사, 약사 등)을 함께 처벌하는 것으로 확대된 제도다. 리베이트 수수자와 제공자에게는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동시에 이뤄진다.

의사 첫 구속기소
22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서울중앙지검)이 사상 최대 규모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사와 약사, 제약사 및 도매상 등 200여명을 무더기로 적발함에 따라, 쌍벌제 시행 첫 적용사례가 나오게 됐다.

22일 서울중앙지검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 이 그동안 진행해 온 리베이트 관련 수사내용에 대한 중간발표를 통해 제약사와 도매업체의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쌍벌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의사를 구속 기소하고, 리베이트 수수사실이 확인된 의사 2명, 약사 1명과 도매상 직원 6명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1월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이후 의사 등이 구속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검찰에 따르면 의약품 유통업체 대표 조모(56)씨는 2009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7개 병원에 리베이트 선급금 9억여원을 제공하고, 이와 별도로 23개 중소 병․의원, 약국에는 월 매출액의 일부를 모아 2억8천만원을 제공하는 등 총 11억 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도매상 S업체 대표 조모씨와 조씨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장 김모(37)씨와 의료재단 이사장 조모(57)씨 등 3명을 약사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구속 기소된 병원장 김씨는 조씨에게서 2억원을 받았으며, 의료재단 이사장 조씨는 납품업체를 바꾸는 대신 1억 5000만원의 현금을 리베이트 선급금으로 따로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재단 이사장 조씨는 도매상 S업체에게 재단 산하 3개 의료기관의 의약품을 납품권을 주고, 쌍벌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인을 S업체 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후 매달 급여를 지급받는 방법으로 월 매출액의 13% 가량인 7100만원을 지속적으로 수수했다고 한다.

이번에 적발된 S업체는 대표이사의 형사처벌(구속기소) 외에 업무 정지(15일~6개월)도 함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도 형사처벌과 행정처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가장 강력한 처벌 수위로 거론되는 ‘면허 취소’ 여부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 의지가 강한 만큼, 이들에 대해 본보기로 면허 취소를 실시할 가능성도 적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새 방법 구사하다 들통
도매상 S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제공받기 위해 지인을 위장 취업시켜 매달 급여를 통해 돈을 챙긴 의료재단의 사례는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이다.

이번에 함께 적발된 건일제약의 경우도 만만치 않은 수법으로 비난을 받았다. 건일제약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사 의약품의 판매촉진, 처방유지 등을 목적으로 전국 약 300개 병의원 처방의사에게 14억여원을 금품을 지원하고, 전국 약 1300개 약국 약사에게도 판매대금 수금할인 명목으로 약 14억 5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지난해 쌍벌제가 도입되면서 현금 제공이 어렵게 되자 리베이트 방식을 전환했다.

건일제약은 ‘시장조사’라는 탈법적 방법으로 2009년 1월~12월까지 전국 212명의 의사들에게 건당 5만원씩 합계 9억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건일제약은 시장조사 대행업체 J사와 고지혈증, 소아천식, 위궤양 등에 관한 시장조사 용역계약을 맺고, 의사 212명에게 자사 제품 사용 후기 설문조사를 부탁하면서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게 하다 덜미가 잡혔다.

건일제약이 제공한 리베이트 액수는 총 38억여원으로, 이는 리베이트 적발 사상 최대 규모이다. 수사반은 시장조사라는 편법을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건일회사 대표 이모(5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반에 따르면 이씨는 이런 식으로 특정 의사에게 최대 336건의 설문조사를 벌이고 1천200여만원을 몰아주기도 했다. 다른 의사들에게도 조사 건수에 차등을 두며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수사반은 해당 리베이트가 쌍벌제 시행 이전에 전해진 점을 감안해 이씨로부터 설문조사 대가로 돈을 받은 의사 212명에 대해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한편, 조사업체 J사 대표 최모(57)씨를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건일제약과 같이 새로운 리베이트 유형으로 리베이트를 진행한 사례가 없는지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결과를 복지부 등 관련기관에 통보하여 리베이트 사실이 확인된 의약품의 약가인하, 부당지급된 요양급여 환수,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 조치를 의뢰했다.

건일제약은 최소 해당 품목 1개월의 판매업무 정지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된 약사법은 제약회사에 대해 업무정지(1개월~6개월) 및 품목 허가 취소까지 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 리베이트 해당 품목은 상한금액의 20% 이내에서 약가인하 조치가 내려진다.

건일제약은 이번 사건으로 의․약사들이 처방 및 조제를 외면하게 돼 심각한 경영난 또한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건일제약은 그동안 오너의 행보나 회사의 경영 정보 등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폐쇄적인 기업으로 유명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