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집행유예 끝난 뒤 재심서 벌금형..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배 아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간통과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가 확정된 남성이 간통죄 위헌에 따라 청구한 재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박모(61)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간통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 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이 사건에서 재심사유가 없는 상해 혐의에 대해 새로이 형을 선고했다 하더라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심심판 절차는 원 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의 후속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 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 판결이 선고한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 형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은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당연히 실효될 원판결 본래의 효력일 뿐 이를 형의 집행과 같이 볼 수 없다"며 "재심판결의 형이 원 판결의 형보다 무겁지 않다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나 이익재심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09년 간통과 상해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박씨는 부인와 자녀 교육문제로 다투던 중 주먹으로 부인 얼굴을 수차례 때려 상해를 입히고 같은 사무실 직원과 간통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박씨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2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에서 1심 재판부는 박씨의 간통 혐의에 대해 위헌 결정으로 법규의 효력이 상실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상해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박씨는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 형 집행 위험이 없는데도 벌금형을 내리는 것은 재심 전과 비교해 불이익하게 변경됐다(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배)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은 검찰이 아닌 피고인만 상소한 사건에서 법원이 종전 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재심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항소심은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종전의 확정된 재심대상판결은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며 "일부 범죄사실만 재심청구 이유가 있는 경우 재심사유가 없는 범죄에 대해 새로이 양형을 해야 한다"며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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