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화장품 원료 개발 단계에선 동물실험 해

 
최근 동물을 반려가족으로 인식하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중히 아껴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물 실험을 한 화장품에 대한 거부의식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동물 실험을 한 회사와 하지 않은 회사를 구분해 적극적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화장품 업계는 자체적으로 동물 실험을 중단하고 ‘동물 실험을 반대한다(Against animal testing)’ 등의 문구를 삽입한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런데 동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아모레퍼시픽이 원료는 그대로 실험한 것을 가져다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관련법도 아직 미비한 상태라 강력한 법적 제재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화장품 개발에 애꿎은 동물들 ‘희생’
 
이번 논란은 동물보호 단체 등에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실험대상이 되고 있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영상에는 화장품이 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위해 수차례 마스카라와 아이크림이 주입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토끼와 화장품 효능을 확인하는 실험에서 화상을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죽을 때까지 실험실에 갇혀서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동물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화장품의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직접 하지만 않으면 그만?
 
이에 발맞춰 화장품 업계에서도 자체적인 동물 실험을 중단하며 이를 강조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자체적인 동물 실험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던 ‘아모레퍼시픽’이 원료는 그대로 동물 실험을 한 것을 가져다 쓰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자기가 직접 하지만 않으면 그만, 동물 실험을 한 원료를 가져다 쓰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이 자체적으로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있지만 동물 실험을 한 원료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반증할만한 자료를 아모레 측에 요구했지만 어떠한 공식적인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우리는 2008년 이후 동물 실험을 완전히 중단한 상태”라며 “완제품뿐 아니라 원료도 동물 실험을 전혀 거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소비자신문>이 직접 식약청에 알아본 결과 화장품 원료를 개발할 때는 완제품과 달리 안전성 우려가 높아 동물실험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약청 관계자는 “화장품의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배합금지 조건만 지키면 따로 독성실험자료를 받고 있지 않아 동물 실험의 필요성이 없다. 그러나 최초로 원료를 개발할 경우는 인체무해 평가가 꼭 필요하다. 현재 여러 대처법이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이 30%정도는 어쩔 수 없이 동물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료의 경우는 대부분 수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원료의 동물실험 여부를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동물실험이 진행됐던 원료도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타 회사의 모범이 되야 할 국내 화장품 업계 1위가 오히려 모순된 행동으로 화장품 시장의 물을 흐려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관련법 여전히 제자리 걸음
 
이와 함께 관련법은 아직 미비해 보다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09년부터 동물 실험을 통한 화장품의 생산과 판매, 유통을 법으로 금지해왔다. 이에 따라 유럽의 화장품 관련 동물 실험이 3만8천여 건에서 최근 7천여 건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부터는 동물 실험 제품의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을 판매할 때 동물 실험 여부를 언급할 필요가 없고, cruelty-free (잔인성을 배제한) 또는 no animal testing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등의 표기방법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와 공동으로 동물실험위원회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며 “동물 실험을 담당하는 곳에서 동물 실험 계획을 심의하는 방법으로 동물 실험의 신뢰성과 복지를 증진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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