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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한 것인데 해당 조치가 시행될 경우 우리 철강업계는 5년간 최소 24억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한국산 철강재에 88%에 달하는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한 상태여서 이번 관세가 추가로 적용될 경우 사실상 미국에서 한국산 철강재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 실제로 포스코는 현재 냉간압연강판 66.04%, 열연강판 62.57%의 관세를 내고 있다. 여기에 25%의 관세가 추가되면 각각 91.04%, 87.57%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냉간압연강판에 38.22%의 관세가 부과된 상태로 향후 총 63.22%의 관세를 내야 할 판이다. 그나마 대형철강사는 미국향 수출 비중이 각 3%, 4% 수준으로 추정돼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소철강사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세아제강, 넥스틸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10월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유정용 강관에 최대 46.37%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어 이번에 관세가 추가되면 70%가 넘는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북미지역 강관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올해 안정적 수출 성장을 기대했던 철강사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미국 철강수입에서 한국산 철강재는 365만톤(비중 11.2%)으로 캐나다 580만톤(17.7%), 브라질 468만(14.3%)톤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멕시코 325만톤(9.9%), 러시아 312만톤(9.5%), 터키 225만톤(6.9%), 일본 178만톤(5.4%) 등이다.

일단 우리 정부와 철강업계는 9일 오전 10시 긴급 민간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남은 15일간 관세 적용 제외를 원하는 국가와 협상 의사를 밝힌 만큼 특정 품목 예외 신청 등의 대책을 마련해 피해 최소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 

민간차원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철강사의 경우 수출지역 다변화 등으로 미국 수출 감소분에 대한 대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관제조사인 세아제강의 경우 연산 15만톤 규모의 미국 공장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 공장 역시 생산능력을 30만톤으로 확대해 관세 폭탄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넥스틸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지역과 태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것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세미나에서 "미국이 철강 관세 25% 적용 시 5년간 최소 24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며 "타 품목에 비해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로 인한 생산유발손실액이 6조5798억원, 취업유발손실 1만3029명의 경제적 수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의 '관세 폭탄' 여파로 이날 주식시장에서 철강업종은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포스코는 전일 대비 1.68% 하락한 35만2000원, 현대제철은 1.72% 내린 5만1500원으로 장을 열었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세아제강의 경우 3.46%나 떨어진 8만3800원, 휴스틸은 3.65% 감소한 1만3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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