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아내 살해, 아들 찌른 사건 잇따라 발생


최근 경찰이 주취폭력에 대해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만취 상태에서 타인을 폭행하다 살인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에 경각심을 주고 있다. 특히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거나 해쳐, 씻지 못 할 후회를 남기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타까움을 안겨 주고 있다.

 

흔히 술에 취하면 사리판단이 어렵고 감정의 억제가 힘든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술을 마시다 보면 폭력성이 심해져, 타인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작은 실랑이라면 잘 타일러서 중재를 시킬 수 있지만 이것마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 폭력을 말려 줄 사람이 없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더위로 인해 불쾌지수가 심하게 올라가기 시작한 7월 초, 술에 취해 가족을 살해하거나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을 정도로 해를 가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주목된다.

술 취해 아내 살해

지난 2일 저녁 8시께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자는 조선족 여성 이 모(57)씨. 피의자는 놀랍게도 이씨의 남편인 홍모(67)씨였다.

홍씨는 평소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폭행을 휘둘러 왔으며 사건이 일어난 2일에는 사전에 아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현관문을 잠궈 놓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이씨는 흉기에 배와 가슴 등을 10여 차례 찔려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지고 말았다.

사건을 맡은 서울 강동경찰서는 4일 홍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홍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횡설수설 해 황당함을 안겼다. 홍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아내를 10번이나 넘게 찌르고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술에 잔뜩 취했었다는 말이 된다. 이처럼 '내가 모르는 나'로 바뀌게 할 정도로 무서운 것이 술.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그동안 식당에서 일을 하며 그곳에서 번 돈으로 홍씨의 생계까지 책임져 온 것으로 보인다. 10살 어린 아내가, 그것도 먼 타지에서 한국으로 와 어렵게 생활하며 자신의 생계까지 돌봐줬거늘 홍씨는 그 은혜를 '주취 살인'으로 갚고 말았다.

조선족 아내 살인사건이 있었던 날의 이튿날인 3일에는 알코올 중독에 걸린 40대 남성이 자신의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북 청주청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주택에서 박모(47)씨가 자신의 아들(21)과 병원 차량 운전기사를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다. 박씨는 아들이 자신을 알코올 중독 치료 차 병원에 입원시키려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당시에도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씨가 흉기를 소지하는 등 또 다른 범죄 가능성이 있어 수배전단을 만들어 긴급 배포하고 추적에 나섰다. 두려움을 느낀 박씨는 곧 4일 오후 10시 30분께 평소에 알고 지내던 경찰에게 자수 의사를 밝히고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한 공원에서 붙잡혔다.

박씨의 아들과 병원 관계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술에 취하면 위의 사건들처럼 화를 자제를 하지 못 하고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살인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하다 순식간에 살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평소 얌전하고 착했던 사람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만취 상태가 되면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정반대로 돌변할 수도 있어 음주량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 뒤늦게 후회해봤자 그때는 자신의 소중한 이를 잃거나 평범했던 자기 자신을 잃게 된 후다.

최근 경찰이 '주폭수사전담팀'을 신설하는 주취폭력(주폭) 척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곳들도 많아 추가적인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어선 등 바다 위의 배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선상 주폭'은 피해자가 바다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한데, 넓은 바다 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음주 운항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어선 선원들의 말에 따르면 배가 나갈 때마다 술을 잔뜩 싣고 가지만 항해 중인 선박을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고, 선실 내에서 몰래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아 잘 들키지 않는다. 선원들은 매 항해 중 반쯤 취한 채로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지면 중상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배 위에 여러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을 뿐 아니라 깊고 험한 바다가 바로 곁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배 위에서 러시아 선원들이 술에 취한 채 싸우다 폭행을 당한 선원이 7미터 아래 바다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지난 달 15일에는 인천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어선 위에서 선원 두 명이 술을 마시다 일을 잘 못 한다며 다른 선원 한 명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

오랫동안 함께 일 해 온 동료를 술에 취해 자신의 손으로 숨지게 한 이 사건들은 만취 상태로 가족을 해친 사건들만큼이나 충격적이다. 언제든 술로 인해 가까웠던 지인을 살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술은 잠재적 흉기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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