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바닥, 리빌딩도 감감무소식 이글스의 대추락

 
- 세대교체 실패가 근본 원인, 쓸 만한 젊은 선수 적어
- 시간이 필요한 리빌딩을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어 보여

한화 이글스가 끝없이 추락 중이다. 현재로선 헤어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한창인데, 한화만 열외 된 느낌이다. 시즌 전 상당수 야구전문가들이 “한화가 올 시즌 주목해 볼만한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 말했는데, 현재까지는 죄다 빗나간 예측이다. 박찬호와 김태균 영입 등 무리해서 단행한 선수영입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에이스 류현진은 데뷔 이래 최악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86년 창단한 한화 이글스는 해태·삼성 등과 함께 지난 80~90년대 국내 프로야구를 주름잡던 강자였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9년이 유일하지만 호쾌한 경기 스타일을 앞세워,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한국시리즈에도 여러 차례 진출했던 것.

우승이후 잠시 흔들렸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화는 결코 약한 팀이 아니었다. ‘국민감독’이란 별칭의 김인식 전 감독 지도아래 송진우·정민철 같은 고참선수들이 김태균·류현진 등 젊은 선수들과 유기적으로 융합해 포스트시즌에도 자주 진출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는 지난 2008년 후반기부터 부진에 빠지며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 리그 꼴지의 수모를 겪었으며, 지난해 역시 전반기 내내 꼴지를 달리다 후반기 대분전으로 3년 연속 꼴지란 불명예만 겨우 피했다.

이에 한화구단 측에서도 올 시즌을 앞두고 예년과 달리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나선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코리아특급’으로 불리던 박찬호를 영입한 것은 물론, 국내 최고 연봉기록을 갈아치우며 김태균 재영입에도 성공했다. 또한 LG에서 FA로 풀린 송신영을 영입하며 알짜베기 영입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난 2009년 9월 한대화 감독이 취임하며 내세운 리빌딩이 생각보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자, 즉시 전력감 영입에 열을 올린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 역시 한화는 8개 구단 중 꼴지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4일 기준 1위와 13.5게임차가 나는 독보적 꼴지다. 더욱이 올 시즌 프로야구가 그 어떤 시즌보다 각 팀 간 순위다툼이 치열해, 7위 LG가 선두와 5.5게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눈에 띄는 부진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화의 현재 상황이 단시일 내 변화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수비진에서는 연일 어이없는 실책이 이어지고 타선에서는 중요한 순간 점수를 뽑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마운드는 수년째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리그 최고 에이스라 불리는 류현진조차 올 시즌에는 10승 달성조차 어려워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팀 운영의 한계

한화 이글스 부진의 근본적 원인은 세대교체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김인식 감독 시절 한화는 막강 에이스 류현진을 제외하고도 마운드가 절대 만만치 않았다. 송진우·정민철·구대성 등 프로야구계 전설급 투수들이 건재했으며, 문동환·최영필 등 뒤를 받치는 선수들 역시 제 몫을 다해줬다. 타선 역시 김태균·이범호·이도형 등 파괴력 있는 타자들이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끌었으며, 김민재 등이 지키던 수비진 또한 나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화는 2008년을 기점으로 팀의 주축들이 하나 둘 팀을 떠나기 시작했다. 송진우·정민철 등 마운드의 전설들은 은퇴를 선택했고, 이도영·최영필 같은 중고참들은 팀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특히 수년간 한화 타선의 핵 역할을 담당했던 김태균·이범호 듀오는 같은 해 나란히 일본으로 진출, 한화의 자랑이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그 힘을 잃어버렸다.

문제는 주축 선수들의 이탈 뒤 이를 대체할 대안 선수가 없었다는 점으로, 이는 결국 팀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화는 아직까지 2군 전용구장이 없는데, 이는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자라날 터전 자체가 다른 팀에 부족했다는 의미다. SK나 삼성 그리고 두산·롯데 등이 수년간 강팀으로 불리고 있는 점과 크게 대조된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한화에서는 그 동안 적극적인 선수영입을 자제해 왔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다른 팀에 비해 더 많다면 공백을 매어줄 중진급 선수라도 꾸준히 영입해 왔어야 하지만 한화에서는 그러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즉시 전력감 영입에 망설이다 보니 제때 알맞은 선수수급이 되지 않았고, 그 덕에 경기 출장 기회를 얻은 젊은 선수들은 승리보단 패배를 접하는데 익숙해졌다.

한편 한화의 부진 이유에 대해 한 야구계 관계자는 “장성호나 이대수·송신영 등을 영입한 것이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들의 영입이 필요한 측면도 있었다”고 밝히며, “다만 리빌딩이 목표였다면 한다면 당시 영입은 좀 더 고민이 필요했다. 좀 더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를 영입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안은 결국 시간

리빌딩이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즉시 전력감을 기대했던 선수들 또한 부상 및 부진으로 제 역할을 못해주는 올시즌 한화의 현 상황을 고려해 보면 반전의 기회를 잡긴 어려워 보인다.

2군 전용 경기장이 조만간 선을 보인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이지만, 선수육성이 하루아침에 되는 부분도 아니기에 한화의 젊은 선수들이 단기간 팀의 기둥 역할을 해줄 거라 믿기도 어렵다.

리빌딩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한대화 감독의 임기가 올해가 마지막이란 점 역시 한화로서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할 리빌딩에 있어, 사령탑의 교체는 전략 수정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에, 한 감독 이후 어떤 변화가 찾아 올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팀의 에이스인 류현진이 해외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도 한화로서는 좋지 못한 소식이다. 비록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이 예년만 못하더라도 왼손잡이 강속구 선발투수인 그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팀은 많다. 그리고 그의 이적은 팀에 기둥이 사라진다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도 상당하다.

이에 야구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화로서는 현 상황을 단기간 타계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 모두 힘든 리빌딩의 시간을 인내해야 할 것”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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